와이셔츠를 다림질하다/김밝은 와이셔츠를 다림질하다 김밝은 대낮에도 백열등 불빛이 흐릿한 물감처럼 퍼지던 면목동 어디쯤 와이셔츠 주머니에 시간을 다림질할 때마다 스르륵… 스르르륵…… 내 손가락 지문도 조금씩 다림질되어 가고 쉴 새 없이 미싱으로 밥을 짓던 미스 조 백열등 빛깔로 물들어 가는 눈을 안약..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6.10.15
능소화/김밝은 능소화 김밝은 미풍만 불어도 온몸이 간지럽다 기다림의 자리마다 살구나무 그늘 아래 살고 있던 그리움이 건너오고 네 눈빛에 주저앉은 내 심장이 몸살을 하고 있다 열꽃이 나던 시간들 하얀 한지 위에 달빛을 그리며 지나가고, 염천의 허공을 배회하던 벌레들도 저마다 별이 되어 하늘..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6.10.15
낯선, 여전히 낯선 /김밝은) 낯선 , 여전히 낯선 김밝은 `자꾸만 느슨해지는 몸속 태엽을 바짝 조여 줄지도 모를 낯선 누군가를 만나고 싶었다 지구 밖 먼 곳에서 시간의 푸른 몸엔 눈부시게 흰 비늘이 파닥파닥 살아있고 몸을 가볍게 흔들어주기만 해도 오르가즘을 느끼는 바람의 표정을 오래 만져볼 수 있는 곳 폭..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6.10.12
문득/ 김밝은 문득 김밝은 헤어지기 적당한 때를 궁리하고 있는 한 계절을 만나네 오래된 기억의 방, 푸른 이끼 가득한 순간을 딛고 꽃이라는 이름으로 나이 들어가는 너와 나이 들어버린 내가 만날지도 모르겠네 이별하기 좋은 때도 있는 거라고 짱짱한 힘으로 달려오면 머쓱해진 겨울빛이 구름다리 ..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6.09.22
조심스런 마음으로 꽃들의 조락을 함께함/김밝은 조심스런 마음으로 꽃들의 조락을 함께함 김밝은 남녘을 가슴위에 올려놓고 기차는 어둠을 잘라내며 밤새 느리게 달렸습니다 비스듬히 기울어진 내 생의 한 자락도 나란히 덜컹거렸습니다 두 눈 질끈 감으라며 주저앉히던 오목한 시간의 풍경들 햇살이 무늬를 만들어 낼 때마다 조금씩 ..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6.08.27
애월을 그리다 4 / 김밝은 애월涯月을 그리다 · 4 김밝은 애월 , 너무 간절하면 더 멀어지는 것일까 비행기 날개 속으로 들어가 견뎌야 했던 새들의 비명이 오월 햇살에, 아프지 않고 뽀송뽀송하게 잘 마르기를 바랬어 하늘의 높이를 견디지 못한 한쪽 귀가 균형을 잃고 어지러워도 장다리꽃은 환한 보라로 보라로..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6.08.27
탱자나무 품에서 울다(새들의 말) 탱자나무* 품에서 울다 - 새들의 말 김밝은 하늘이 붉은 지느러미를 늘어뜨릴 때 내 가슴엔 먹빛 시간이 내려앉고 발목으로 밀려나 잊혀져가던 통증이 다시 눈을 크게 뜨고 일어나요 몸부림이 내려앉은 화인火印의 자리마다 꽃들의 울음이 새겨지면 뱀눈그늘나비를 데리고 오는 바람의 ..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6.08.12
지심도/김밝은 지심도 김밝은 생의 이쯤 동백꽃도 아직 피지 않았다고 울먹이고 있습니다 짜디짜게 절여진 그림자를 까마귀쪽나무 곁을 지나 기우뚱거리는 동백나무 아래 내려놓으면 그윽한 통증이 명치를 두드립니다 바닷바람에 젖은 눈동자, 당신에게 보낼 안부는 늘 그랬던 것처럼 한줄 문장으로..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6.08.11
죽음에 관한 최초의 기억/ 김밝은 죽음에 관한 최초의 기억 김밝은 가난이 밥 냄새만큼 고소한 섬마을 친구였어 가슴이 봉긋한 분홍을 가진 때였을 꺼야 눈을 감지 않고도 햇빛을 배부르게 먹으며 살았지 우리들의 첫 굴욕은 아카시아 잎을 떼어내는 낭만의 가위바위보 대신 바다 건너 먼 나라의 글자 속으로 짜디짠 시간..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6.04.17
[스크랩] 애월(涯月)을 그리다 3 / 김밝은 애월(涯月)을 그리다 3 김밝은 애월, 감긴 눈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을 거라 믿으며 나누었던 따뜻한 말들이 등뼈 어디쯤 박혀 있다가 울컥울컥 상처꽃으로 피어나는 시간인가 봐 순비기꽃빛으로 저녁을 짓던 바다는 알아챌 수 없는 표정으로 울음의 기호들을 풀어놓았어 소금기 밴 얼굴..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6.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