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김밝은 낙화 김밝은 이제 그만 놓아버릴까 섹시한 자궁을 만들던 순간도 있었지만 허기진 어깨 위로 우울이 내려앉는 시간입니다 저 길을 만들어 놓은 것 같은, 가지를 타고 오를 때부터 낙법을 준비했어야 했는데 마풍만 불어도 온 몸 지끈거려 무릎사이에 창백한 얼굴을 묻으면 눅눅하게 저물..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6.02.29
애월을 그리다 3/ 김밝은 애월涯月을 그리다 3 김밝은 애월, 감긴 눈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을 거라 믿으며 나누었던 따뜻한 말들이 등뼈 어디쯤 박혀 있다가 울컥울컥 상처꽃으로 피어나는 시간인가 봐 순비기꽃빛으로 저녁을 짓던 바다는 알아챌 수 없는 표정으로 울음의 기호들을 풀어놓았어 소금기 밴 얼굴의 ..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6.02.29
11월의 시/ 김밝은 11월의 시 김밝은 당신이 내게 풀리지 않는 마법을 거는 동안에도 동화속의 마법은 늘 풀렸으므로, 색색의 암호들을 풀어 포동포동한 이야기를 만들게 될 줄 알았는데 영글어가는 혼잣말을 가끔 들어주던 새들은 깃털 몇개 떨어뜨려놓고 냉큼 계절 밖으로 떠나가 버렸어 바람결에 흔들리..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6.02.29
어느날, 궁/ 김밝은 어느 날, 궁 김밝은 풍경하나 물고와 오늘과 내일사이 공간을 이어주는 새들도 날개에 묻은 나른한 땀방울을 털어내는 한낮 뭉텅뭉텅 여름을 떼어내고 싶은 하늘 아래 고요만 배부르게 껴안은 내 곁으로 한 계절이 팔짱을 낀 채 느릿느릿 걸어가고 팔팔한 햇살을 뚫고 가는 바람의 가느..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6.01.10
뒤돌아선 시간을 가진-화방사에서 / 김밝은 뒤돌아 앉은 시간을 가진 -華芳寺에서 김밝은 붓꽃도 차마 제 빛으로 피어나지 못하고 있는, 요사체 마당이 온통 적막이다 오래된 팽나무의 이끼에 살이 오르고 멀구슬꽃향기가 막무가내 올라오면 배고픈 마음 곁에서 차마 떠나지 못했던 바람만은 희미해져가는 경전을 물끄러미 바라보..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5.09.29
오래전 안부를 묻다/ 김밝은 오래전 안부를 생각하다 김밝은 나이 들어가는 얼굴처럼 애잔해진 달을 만지작거리며 술을 마실 때면 뒤돌아선 네가, 보고 싶어 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아서 우아하던 귓속 달팽이관이 균형을 잃고 어지러워지곤 한다 매미허물처럼 알맹이는 사라지고 껍질만 남겨진 시간 두꺼운 눈꺼풀..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5.09.17
플래어스커트/김밝은 플래어스커트 김밝은 하늘의 중추를 돌리던 봄의 손사위가 지쳐갈 때쯤 기침소리만 받아내던 플래어스커트에 수국꽃빛깔로 물든 바다가 휘모리장단으로 흔들렸다 치맛자락 어디쯤에서 우화한 나비가 푸른 절벽 위에서 날아가 버린 날 북두칠성의 허리를 붙잡고 있던 외옹치外瓮峙의 ..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5.09.17
겨울 생각/ 김밝은 겨울 생각 김밝은 시간이 빠르게 늙어가고, 새들은 느린 풍경으로 지나갔습니다 하늘상여를 옮기며 가는 새들이 생각 안으로 스며들던 겨울 강의 하루를 만나고 온 후 눈물을 숨겨둔 거울 속 얼굴을 바라보며 가시가 박혀있는 밥을 삼키곤 했어요 속수무책 눈이 내리거나 깨진 별들이 머..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5.09.07
그늘/ 김밝은 그늘 집 한 채 바람속에서 주저앉고 있다 쨍그랑거리거나 팔랑거리던 목소리들도 부서져 함께 주저앉고 있다 날아다니던 소문의 날개를 꺾어 잡아오던 가벼운 발걸음은 빛바랜 벽지에 짠한 기억으로 묻어있는지 희미해진 손짓들이 녹슨 문고리에서 허둥거리고 무너져 내리고 있는 사철..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5.09.07
슬픈 빨강이 된 고양이가 나를 바라보는 오후 슬픈 빨강이 된 고양이가 나를 바라보는 오후 생각들이 혓바닥을 길게 내밀고 늘어진 날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꼬리를 빼앗긴 고양이 한 마리가 길을 헤매고 있다 어스름 저녁이 몰고 오는 비릿한 냄새가 얹어진 얼룩진 빨강이 꼬리의 흔적처럼 흔들리고 있다 오래전, 할머니는 ..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5.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