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56

뒤돌아선 시간을 가진-화방사에서 / 김밝은

뒤돌아 앉은 시간을 가진 -華芳寺에서 김밝은 붓꽃도 차마 제 빛으로 피어나지 못하고 있는, 요사체 마당이 온통 적막이다 오래된 팽나무의 이끼에 살이 오르고 멀구슬꽃향기가 막무가내 올라오면 배고픈 마음 곁에서 차마 떠나지 못했던 바람만은 희미해져가는 경전을 물끄러미 바라보..

슬픈 빨강이 된 고양이가 나를 바라보는 오후

슬픈 빨강이 된 고양이가 나를 바라보는 오후 생각들이 혓바닥을 길게 내밀고 늘어진 날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꼬리를 빼앗긴 고양이 한 마리가 길을 헤매고 있다 어스름 저녁이 몰고 오는 비릿한 냄새가 얹어진 얼룩진 빨강이 꼬리의 흔적처럼 흔들리고 있다 오래전, 할머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