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涯月을 그리다 3
김밝은
애월,
감긴 눈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을 거라 믿으며 나누었던
따뜻한 말들이 등뼈 어디쯤 박혀 있다가
울컥울컥 상처꽃으로 피어나는 시간인가 봐
순비기꽃빛으로 저녁을 짓던
바다는 알아챌 수 없는 표정으로 울음의 기호들을 풀어놓았어
소금기 밴 얼굴의 벽시계가
안간힘으로 낡은 초침을 돌리고 있는,
사람들 목소리 하나 앉아있지 않은 횟집
수족관에는 생의 하루를 더 건넌 물고기의 까무룩 숨소리가
달의 눈빛을 불러들이고 있어
눈물로 온 생을 지새울 것만 같았던 순간도 잊혀지고
단 한 번뿐일 것 같던 마음도 희미해져 가는 거라고
어둠을 밀어내며 달은, 심장 가까이에서
바다의 기호들을 꺼내 가만가만
물고기의 붉은 아가미 사이로 들여보내주는지
애월,
죽어서야 정갈해지는 아픈 생이 어디에나 있어
2916년 『미네르바 』봄호 신진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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