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애월을 그리다 3/ 김밝은

이삐김밝은 2016. 2. 29. 12:53







애월涯月을 그리다 3


             김밝은


애월,

감긴 눈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을 거라 믿으며 나누었던

따뜻한 말들이 등뼈 어디쯤 박혀 있다가

울컥울컥 상처꽃으로 피어나는 시간인가 봐


순비기꽃빛으로 저녁을 짓던

바다는 알아챌 수 없는 표정으로 울음의 기호들을 풀어놓았어


소금기 밴 얼굴의 벽시계가

안간힘으로 낡은 초침을 돌리고 있는,

사람들 목소리 하나 앉아있지 않은 횟집

수족관에는 생의 하루를 더 건넌 물고기의 까무룩 숨소리가

달의 눈빛을 불러들이고 있어


눈물로 온 생을 지새울 것만 같았던 순간도 잊혀지고

단 한 번뿐일 것 같던 마음도 희미해져 가는 거라고


어둠을 밀어내며 달은, 심장 가까이에서

바다의 기호들을 꺼내 가만가만

물고기의 붉은 아가미 사이로 들여보내주는지


애월,

죽어서야 정갈해지는 아픈 생이 어디에나 있어



2916년 『미네르바 』봄호 신진조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