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11월의 시/ 김밝은

이삐김밝은 2016. 2. 29. 12:52







11월의 시


             김밝은


당신이 내게

풀리지 않는 마법을 거는 동안에도


동화속의 마법은 늘 풀렸으므로,

색색의 암호들을 풀어 포동포동한 이야기를 만들게 될 줄 알았는데


영글어가는 혼잣말을 가끔 들어주던 새들은

깃털 몇개 떨어뜨려놓고

냉큼 계절 밖으로 떠나가 버렸어


바람결에 흔들리는 달빛 한 모금만 훔쳐 마셔도

쏴르르 쏟아져 나오기도 하던

그때 그 환한 말들은 또 어디로 가버렸는지


발밑으로 떨어져 어긋나버린 색색의 부스러기들

행간 속으로 들어오지 못해 윙윙거리고

함부로 내보일 수 없는 비릿한 꿈속으로

먼 사람들의 냄새만 간간이 찾아오는데


손가락을 깨물어 흐르는 피를 먹여줘야

건드려보지 못한 언어들이 팔짝, 살아날까


소용돌이치는 침묵 속으로 파묻히는 동안


당신의 말들이 사라져 가고 있다


2016년 『 미네르바 』봄호 신진조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