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시
김밝은
당신이 내게
풀리지 않는 마법을 거는 동안에도
동화속의 마법은 늘 풀렸으므로,
색색의 암호들을 풀어 포동포동한 이야기를 만들게 될 줄 알았는데
영글어가는 혼잣말을 가끔 들어주던 새들은
깃털 몇개 떨어뜨려놓고
냉큼 계절 밖으로 떠나가 버렸어
바람결에 흔들리는 달빛 한 모금만 훔쳐 마셔도
쏴르르 쏟아져 나오기도 하던
그때 그 환한 말들은 또 어디로 가버렸는지
발밑으로 떨어져 어긋나버린 색색의 부스러기들
행간 속으로 들어오지 못해 윙윙거리고
함부로 내보일 수 없는 비릿한 꿈속으로
먼 사람들의 냄새만 간간이 찾아오는데
손가락을 깨물어 흐르는 피를 먹여줘야
건드려보지 못한 언어들이 팔짝, 살아날까
소용돌이치는 침묵 속으로 파묻히는 동안
당신의 말들이 사라져 가고 있다
2016년 『 미네르바 』봄호 신진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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