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3/김밝은 문득 3 - 자은도에서 김밝은 붉게 밑줄을 그어놓았던 날의 어디쯤에 숭숭 구멍 뚫려가던 웃음의 뼈대들 무너져 내리는 중이었을까요 생각을 거스르며 새어나갔던 말들의 흔적이 묻은 짜디짠 바람이 가슴을 할퀴며 아프게 지나갔습니다 비밀의 틈으로 밀어놓았던 시절의 문장들 아슬아슬..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7.01.05
문득 2/김밝은 문득 2 김 밝은 페르시아어로는 어떻게 발음이 될까 나는 물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가네*를 읊조리며 자은도 가는 어디쯤 오래전 너의 집이 있던 곳 같아 매서운 손찌검이 지나간 듯 멍, 해지고 아무런 꿈도 꾸지 않았는데 생꽃잎 뚝뚝 꺾여 던져지듯 파르르 떨던 시간들 소스라치게 쏟아..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7.01.04
풍경에서 조금 멀어지다/김밝은 풍경에서 조금 멀어지다 김밝은 소스라치는 눈빛을 집어등 끝에 매달아둔 채 울진에서 서울행 막차를 탔습니다 눈보라로 휘몰아치며 등을 떠밀던 바다 냄새가 안녕의 손짓처럼 울컥, 옷자락에 묻어 있습니다 귓볼에 와 닿던 말들의 생각으로 가득 채워도 자꾸만 우울해지는 이마를 차창..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6.10.15
와이셔츠를 다림질하다/김밝은 와이셔츠를 다림질하다 김밝은 대낮에도 백열등 불빛이 흐릿한 물감처럼 퍼지던 면목동 어디쯤 와이셔츠 주머니에 시간을 다림질할 때마다 스르륵… 스르르륵…… 내 손가락 지문도 조금씩 다림질되어 가고 쉴 새 없이 미싱으로 밥을 짓던 미스 조 백열등 빛깔로 물들어 가는 눈을 안약..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6.10.15
능소화/김밝은 능소화 김밝은 미풍만 불어도 온몸이 간지럽다 기다림의 자리마다 살구나무 그늘 아래 살고 있던 그리움이 건너오고 네 눈빛에 주저앉은 내 심장이 몸살을 하고 있다 열꽃이 나던 시간들 하얀 한지 위에 달빛을 그리며 지나가고, 염천의 허공을 배회하던 벌레들도 저마다 별이 되어 하늘..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6.10.15
낯선, 여전히 낯선 /김밝은) 낯선 , 여전히 낯선 김밝은 `자꾸만 느슨해지는 몸속 태엽을 바짝 조여 줄지도 모를 낯선 누군가를 만나고 싶었다 지구 밖 먼 곳에서 시간의 푸른 몸엔 눈부시게 흰 비늘이 파닥파닥 살아있고 몸을 가볍게 흔들어주기만 해도 오르가즘을 느끼는 바람의 표정을 오래 만져볼 수 있는 곳 폭..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6.10.12
노령화 시대를 여는 후문학파 논의(박수중편-윤애경) -부분 발췌함 - 필자는 최근에 시집을 낸 박수중의 『크레바스』(미네르바 시선 35)를 접하면서 그가 후문학파 시인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우선 그의 이력을 3권의 시집에서 찾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944년 황해도 연안 출생 *경기중고 서울대 법대 졸업 *서울대 재학 중 낙산문학회 회.. 시 세상/문학동네 2016.09.22
문득/ 김밝은 문득 김밝은 헤어지기 적당한 때를 궁리하고 있는 한 계절을 만나네 오래된 기억의 방, 푸른 이끼 가득한 순간을 딛고 꽃이라는 이름으로 나이 들어가는 너와 나이 들어버린 내가 만날지도 모르겠네 이별하기 좋은 때도 있는 거라고 짱짱한 힘으로 달려오면 머쓱해진 겨울빛이 구름다리 ..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6.09.22
조심스런 마음으로 꽃들의 조락을 함께함/김밝은 조심스런 마음으로 꽃들의 조락을 함께함 김밝은 남녘을 가슴위에 올려놓고 기차는 어둠을 잘라내며 밤새 느리게 달렸습니다 비스듬히 기울어진 내 생의 한 자락도 나란히 덜컹거렸습니다 두 눈 질끈 감으라며 주저앉히던 오목한 시간의 풍경들 햇살이 무늬를 만들어 낼 때마다 조금씩 ..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6.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