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탄다 꽃 탄다- 김충규 김충규시인 (1965-2012)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꽃 탄다 꽃 탄다 김 충 규 꽃 타는 냄새 사방에 번져 온 동네가 울렁울렁하다 어디서 꽃 타는지 애체 누가 꽃 태우는지 그 진원지를 가늠할 수 없는 캄캄한 밤, 꽃 탄다 꽃 탄다 별도 달도 덩달아 타서 지상으로 환한 재가 날린다 꽃 타는..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2.03.20
나무 속의 방/ 김명리 나무 속의 방 김 명 리 그는 슬픔이 많은 내게 나무 속에 방 한 칸 지어주겠다 말했네 가을 물색 붉고운 오동나무 속에 아무도 모르게 방 한 칸 들이어 같이 살자 말했었네 연푸른 종소리 울리는 초사흘 달빛 마침내 합환 송화주 한 잔 단숨에 남김없이 들이키겠네 내안의 소쩍새 울음 젖..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2.03.09
대낮,망사커튼을 친 거실에서/ 황학주 대낮, 망사커튼을 친 거실에서 - 황학주 나란히 누워 있다 뒤치는 구름은 가끔 약하게 코를 곤다 그 곱슬머리 한 가닥을 푸른 이불깃에서 떼어내 망사커튼에 비쳐본다 우리의 거리를 잴 수 있는 은밀의 머리칼은 젖어 있고 한 사람이 평생 한 사람으로 흔들렸던 것을 다 기록해 뒀다는 듯 ..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2.03.07
이 저녁에- 박형준 이 저녁에 박형준 황혼이여, ̄ 저녁 하늘의 수술 자국이여, ̄꿈이 태어나는 居所여, 이 저녁에 또 하나 별빛이 통증처럼 뻗어나온다 나는 말하지 않으련다, 아물지 않는 상처가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한없이 느릿느릿한 걸음걸이가 향기를 안으로 익혀 포도송이로 꽉찬 포도나무밭이, 밀..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2.02.28
아버지의 염전- 홍선영 아버지의 염전 홍 선 영 수차에 올라앉은 아버지가 우뚝 서면 게워낸 바닷물이 신기루를 만들어 낸다 쳇바퀴 돌리고 잇는 바다 위의 다람쥐인가 해질녘 노을 안에는 검붉은 그림자 하나 아버지 발걸음에 눈물들만 딸려 나온다 짠맛을 희석하는가. 아버지의 두 다리 바다가 복부를 열어 ..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2.02.27
연서-문효치 연서 문효치 편지를 어찌 말로 쓸 수 있으리요. 잘 익은 노을처럼 종이 가득 진한 물이 드는 걸. 다시 붓을 들어 글씨를 쓰려하면 어지러운 아지랑이가 눈을 가리고, 그래도 한 마디 꼭 적으려 하면 어느새 종이는 불타고 있으니. 그대여 사랑을 어찌 말로 할 수 있으리오. 다만 벙어리가 ..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2.02.26
비 내리는 오후 세시- 박제영 비 내리는 오후 세 시 박제영 그리움이란 마음 한 켠이 새고 있다는 것이니 빗속에 누군가 그립다면 마음 한 둑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니 비가 내린다, 그대 부디, 조심하기를 심하게 젖으면, 젖어들면, 허물어지는 법이니 비 내리는 오후 세 시 마침내 무너진 당신, 견인되고 있..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2.02.15
꽃 진 자리에- 문태준 꽃 진 자리에 문 태 준 생각 한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꽃잎들이 떠난 빈 꽃자리에 앉는 일 그립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붉은 꽃잎처럼 앉았다 차마 비워두는 일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2.01.23
낙화,첫사랑- 김선우 낙 화, 첫사랑 김 선 우 1 그대가 아찔한 절벽 끝에서 바람의 얼굴로 서성인다면 그대를 부르지 않겠습니다 옷깃 부등키며 수선스럽지 않겠습니다 그대에게 무슨 연유가 있겠거니 내 사랑의 몫으로 그대의 뒷모습을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보겠습니다 손 내밀지 않고 그대를 다 가..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2.01.23
오동나무를 바라보는 일-조용미 오동나무를 바라보는 일 조 용 미 오동나무 내 앞에 서 있던 가을의 오동나무 한번도 그렇게 가까이는 다가갈 수 없었던 오동나무, 몸으로 나무의 체온을 재어보면 내가 알 수 없는 문자들로 가득한 나무의 말들, 답답하여 오동나무 아래 오래 서 있어 내가 오동의 풍경이 되고자 ..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2.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