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나무 속의 방/ 김명리

이삐김밝은 2012. 3. 9. 00:22

 

 

 

나무 속의 방

                     

                          김 명 리

 

그는 슬픔이 많은 내게

나무 속에 방 한 칸 지어주겠다 말했네

 

가을 물색 붉고운 오동나무 속에

아무도 모르게

방 한 칸 들이어 같이 살자 말했었네

 

연푸른 종소리 울리는 초사흘 달빛

마침내 합환 송화주 한 잔

단숨에 남김없이 들이키겠네

내안의 소쩍새 울음 젖은 봄산을  뒤흔들겠네

 

유리창떠들썩팔랑나비 날아가고

 

숲속떠들썩팔랑나비 날아오고

 

보랏빛 수수꽃다리 꽃 진 새로

홀연 두 사라진 몸이

오동꽃 연분홍 香으로 천지에 가득하겠네

 

 

                                                        문학과지성사, 2002, 불멸의 샘이 여기있다(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