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꽃 탄다 꽃 탄다- 김충규

이삐김밝은 2012. 3. 20. 23:08

김충규시인

(1965-2012)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꽃 탄다  꽃 탄다

 

                            김 충 규

 

꽃 타는 냄새 사방에 번져

온 동네가 울렁울렁하다

어디서 꽃 타는지

애체 누가 꽃 태우는지

그 진원지를 가늠할 수 없는

캄캄한 밤,

 

꽃 탄다 꽃 탄다

별도 달도 덩달아 타서

지상으로  환한 재가 날린다

꽃 타는 냄새 지독해서

죽은 자들도 참지 못하고

출몰하는 밤,

 

꽃 탄다 꽃 탄다

꽃타는 냄새에 질식해 죽은 자도 있고

죽었다가 깨어난 자도 있다

이제 갓 문을 열고 나온 신생아의 첫 호흡에서

꽃 탄 냄새 후끈거린다

 

__내 죽은 뒤 시체에서도

      꽃 타는 냄새 났으면!

      꽃 타는 냄새 났으면!

 

여보, 내일 새벽 일어나자마자

꽃 타는 곳 찾으러  가요

수북한 꽃의 잿더미 밟으러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