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속의 방
김 명 리
그는 슬픔이 많은 내게
나무 속에 방 한 칸 지어주겠다 말했네
가을 물색 붉고운 오동나무 속에
아무도 모르게
방 한 칸 들이어 같이 살자 말했었네
연푸른 종소리 울리는 초사흘 달빛
마침내 합환 송화주 한 잔
단숨에 남김없이 들이키겠네
내안의 소쩍새 울음 젖은 봄산을 뒤흔들겠네
유리창떠들썩팔랑나비 날아가고
숲속떠들썩팔랑나비 날아오고
보랏빛 수수꽃다리 꽃 진 새로
홀연 두 사라진 몸이
오동꽃 연분홍 香으로 천지에 가득하겠네
문학과지성사, 2002, 불멸의 샘이 여기있다(시집)
'시 세상 > 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모란은 있다 / 성선경 (0) | 2012.05.05 |
---|---|
꽃 탄다 꽃 탄다- 김충규 (0) | 2012.03.20 |
대낮,망사커튼을 친 거실에서/ 황학주 (0) | 2012.03.07 |
이 저녁에- 박형준 (0) | 2012.02.28 |
아버지의 염전- 홍선영 (0) | 2012.0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