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은 있다
- 성선경
모란은 있다 어디에도 보이지 않지만 모란은 있다 춘곤에 잠든 그대의 화단에도 있고 잠깐 꿈속을 거니는 그대 몽유도원에도 있고 내가슴 아픈 학창시절에도 있다 모란은 그대의 긴 속눈썹에도 있고 그 눈썹에 걸리는 아침햇살에도 있고 햇살에 빛을 연닢의 이슬에도 있다 모란은 개미같이 바쁜 월급쟁이에게도 있고 개미허리같이 가는 월급쟁이의 낡은 지갑에도 있고 지갑속의 얇은 자존심에도 있다 모란은 그 어디에도 순댓국처럼 침 넘기는 소리를 내지 않지만 돼지국밥집에도 있고 돼지국밥집 뚝배기에도 있고 뚝배기 옆 새우젓에도 있고 소금 종지에도 있고 풋고추에도 있다 모란은 국밥 속의 고기같이 뼈다귀같이 있다 모란은 내 종아리 종기 자국에도 있고 비워두고 떠나온 고향집 뒤란에도 있고 남녘과 북녘 저 삼팔선에도 있다 모란은 늘 보이지 않지만 모란은 그대 속의 그대같이 있다.
꽃 속에 나비가 들 듯
아무것도 아닌 꿈속에서
모든 것의 끝인 꿈을 보네
모든 길이 휘어져 너에게로 가는.
시집『모란으로 가는 길』서정시학 2008년
- 1960년 경남 창녕 출생.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널뛰는 직녀에게><옛사랑을 읽다><서른 살의 박봉씨>등
마산무학여고 교사. <서정과 현실>편집주간
출처 : 폴래폴래
글쓴이 : 폴래폴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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