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오동나무를 바라보는 일-조용미

이삐김밝은 2012. 1. 23. 19:25

  

 

 

오동나무를 바라보는 일

 

                              조 용 미

 

오동나무

내 앞에 서 있던 가을의 오동나무

한번도 그렇게 가까이는 다가갈 수 없었던

오동나무, 몸으로 나무의 체온을 재어보면

내가 알 수 없는 문자들로 가득한

나무의 말들, 답답하여

 

오동나무 아래 오래 서 있어

내가 오동의 풍경이 되고자 했다

누가 천산산맥을 하늘에서 보았다고 했을 때

내 몸이 천산북로로 눕는 것을 꿈꾸었듯

 

나와 너무 가까이 있어 내 두근거림을 들을 수 없었던

너무 오래 서 있던 오동나무의 그늘

오래도록 쓰다듬던 그 나무의 껍질을

 

오동나무 아래를 서성이며

죽음도 추억도 아닌

나무인 오동을 보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