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봉리 환목주*
김 경 성
나는 버려졌다
몸 가득히 펄럭거리던 물고기의 비늘도 말라붙었다
그물을 빠져나가는 물고기떼를 바라본다
가슴한켠, 기울어진 틈으로 들어오는 바닷물의 농도는
절여진 슬픔만큼이나 진하다
떠나가는 사람들의 뒷모습까지도 뱃전에 세워놓고
떠나지 못하는 것들은 늪으로 스며들었다
물억새꽃 핀 자리였는지도 모른다
엷은 바람이 초흔**焦痕을 스칠 때마다 가려움증 번졌디
물방개 발톱 보리까시락에 찔린 석처럼 콕콕거렸다
직립의 시간 원본 그대로 늪 속에 밀어 넣었다
숨죽이고 들었던 소리 쌓이고 쌓여서 한 겹이 되고
겹이 늘어갈 때마다 점점 멀어져가는 세상
천년이 여덟 번이나 흘러갔다,흘러간다는 것은 그대로 두고 바라보는 것
붙잡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꽃이 피고 지는, 새싹 돋고 나뭇잎 떨어지는, 눈꽃 피었다가
사라지는, 바람이 짚고 다니는 구름의 환락
닿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빛으로 꼬아놓은 씨실, 늪 깊은 곳까지 걸어놓고
허공에 무늬를 짜는 해와 달
그저 바라보는 수밖에
버리고 떠났던 그 사람이 돌아왔다
늪을 짚고 빠져나와서 바닷물의 농도에 생을 맞추었다
그물 펼쳐놓고 노를 어루만지던 따뜻한 손이 얼굴을 어루만진다
펼쳐놓은 그물에 저녁노을이 걸쳐있다
물위에 둥둥 뜨는 나의 몸이 깃털처럼 가볍다
2011. 12, 월간 우리시
*200년된 소나무의 단면을 U자로 파낸 통나무형 선박으로 비봉리 저습지 유적지에서 8000년 전 신석기시대 환목주를 발견하였다
**배의 제작 과정에서 불로 태우거나 그을려서 가공한 흔적
김경성;전북 고창출생, 2011 계간〈 미네르바〉로등단, 시집으로 「와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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