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나무를 바라보는 일
조 용 미
오동나무
내 앞에 서 있던 가을의 오동나무
한번도 그렇게 가까이는 다가갈 수 없었던
오동나무, 몸으로 나무의 체온을 재어보면
내가 알 수 없는 문자들로 가득한
나무의 말들, 답답하여
오동나무 아래 오래 서 있어
내가 오동의 풍경이 되고자 했다
누가 천산산맥을 하늘에서 보았다고 했을 때
내 몸이 천산북로로 눕는 것을 꿈꾸었듯
나와 너무 가까이 있어 내 두근거림을 들을 수 없었던
너무 오래 서 있던 오동나무의 그늘
오래도록 쓰다듬던 그 나무의 껍질을
오동나무 아래를 서성이며
죽음도 추억도 아닌
나무인 오동을 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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