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해에게선 깨진 종소리가 난다/ 노향림

이삐김밝은 2011. 10. 14. 23:05

너무환해서.....너무눈부셔서...무작정 퍼온사진입니다...(출처-무심재님사진)

 

홍천어느메에 가면 홀로 가꾸어온 은행나무숲이 있다고 합니다..

내년엔 꼭 찾아가보고 싶습니다.

 

             해에게선 깨진 종소리가 난다/ 노향림

 

 

해에게서는

언제부턴가 종소리가 난다.

은은히 울려 퍼지는 소리앞에

무릎 꿇고 한데 모으는 헌 손들

배고픈 영혼들을 위한 한끼의 양식이오니

고개숙이고 낮은 데로 임하소서

하늘이 지상의 빈 터에다 간판을 내걸었다.

무료 급식소,

무성한 생명력의 소리 받아먹으려고

고적함을 견디며 서 있는 길고 긴 행렬

깃털처럼 야윈 몸들을 데리고

될 수 있는 한 웅크린다

아무것도 움직여본 적 없고

스스로를 쳐서 소리 낸 적 없는 몸짓이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파동치는

해에게서는

수세기의 깨진 종소리가 난다                  (해에게선 깨진 종소리가 난다,창비,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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