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방/ 김경성
어떤 새가 밥을 먹고 잠을 자고 꿈을 꾸었던 방이었을까
밤새 받아놓은 별똥 추스려서
창문 틈새 바람구멍을 막으며
구름을 뜯어다가 날마다 다른모양의 지붕을 만들어 놓고
바람의 실패을 굴리며 살았던 방이었을까
그가 무지개를 뛰어넘어서
여우울음소리 깊은 고비사막 어디쯤,
조금 기울어진 나무전봇대에
새 방을 들였다는 소식이 구문으로 전해질 뿐
나는 더이상 알 수 없다
백양나무 숲을 지나고
카레즈를 타고 흐르는 물소리가 우물을 가득 채운 후
그 물의 눈으로 자라나는 포도 덩굴이 대문을 휘감고 있었던
투루판 *파록의 집,
위구르족 붉은 모자를 머리에 얹고
밤 깊도록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가슴으로 풀어냈던 시간마저도 이제는 가물거릴 뿐
이른 새벽 맨발로 걸었던 사막의 서늘함도
새들이 혀끝으로 맛을 보았던 바람이 마련해둔 것임을 나는 안다
늘어진 전선을 타고 흘러오는
새들의 전언이 눈송이가 되어 빈방으로 들어가는
겨울아침,
방안 가득히 눈꽃이 피어난다
2005년예술세계. 2011년 미네르바등단 『월간 예술세계』2011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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