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를 쓴 걸 보니 누구를 그 무렵 사랑했었나 보다/ 류시화 이런 시를 쓴걸 보니 누구를 그무렵 사랑했었나 보다 류 시 화 꽃눈 틔워 겨울의 종지부를 찍는 산수유 아래서 애인아,슬픔을 겨우 끝맺자 비탈밭 이랑마다 새겨진 우리의 부주의한 발자국을 덮자 아이 낳을 수 없어 모란을 낳던 고독한 사랑 마침표를 찍자 잠깐 봄을 폐쇄시키자 이 생에..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2.05.12
모란의 緣- 류시화 모란의 緣 류시화 어느 생에선가 내가 몇번이나 당신 집 앞까지 갔다가 그냥 돌아선 것을 이 모란이 안다 겹겹의 꽃잎마다 머뭇거림이 머물러 있다 당신은 본 적 없겠지만 가끔 내 심장은 바닥에 떨어진 모란의 붉은 잎이다 돌 위에 흩어져서도 사흘은 더 눈이아픈 우리 둘만이 아는 봄은..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2.05.12
삼베옷을 입은 自畵像/ 조용미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 조 용 미 폭우가 쏟아지는 밖을 바라보고 있는 이방을 凌雨軒이라 부르겠다 능우헌에서 바라보는 가까이 모여 내리는 비는 다 直立이다 휘어지지 않는 저 빗줄기들은 얼마나 고단한 길을 걸어 내려온 것이냐 손톱이 길게 쩍 갈라졌다 그사이로 살이 허옇게 드러났..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2.05.08
[스크랩] 모란은 있다 / 성선경 모란은 있다 - 성선경 모란은 있다 어디에도 보이지 않지만 모란은 있다 춘곤에 잠든 그대의 화단에도 있고 잠깐 꿈속을 거니는 그대 몽유도원에도 있고 내가슴 아픈 학창시절에도 있다 모란은 그대의 긴 속눈썹에도 있고 그 눈썹에 걸리는 아침햇살에도 있고 햇살에 빛을 연닢의 이슬에..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2.05.05
꽃 탄다 꽃 탄다- 김충규 김충규시인 (1965-2012)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꽃 탄다 꽃 탄다 김 충 규 꽃 타는 냄새 사방에 번져 온 동네가 울렁울렁하다 어디서 꽃 타는지 애체 누가 꽃 태우는지 그 진원지를 가늠할 수 없는 캄캄한 밤, 꽃 탄다 꽃 탄다 별도 달도 덩달아 타서 지상으로 환한 재가 날린다 꽃 타는..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2.03.20
나무 속의 방/ 김명리 나무 속의 방 김 명 리 그는 슬픔이 많은 내게 나무 속에 방 한 칸 지어주겠다 말했네 가을 물색 붉고운 오동나무 속에 아무도 모르게 방 한 칸 들이어 같이 살자 말했었네 연푸른 종소리 울리는 초사흘 달빛 마침내 합환 송화주 한 잔 단숨에 남김없이 들이키겠네 내안의 소쩍새 울음 젖..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2.03.09
대낮,망사커튼을 친 거실에서/ 황학주 대낮, 망사커튼을 친 거실에서 - 황학주 나란히 누워 있다 뒤치는 구름은 가끔 약하게 코를 곤다 그 곱슬머리 한 가닥을 푸른 이불깃에서 떼어내 망사커튼에 비쳐본다 우리의 거리를 잴 수 있는 은밀의 머리칼은 젖어 있고 한 사람이 평생 한 사람으로 흔들렸던 것을 다 기록해 뒀다는 듯 ..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2.03.07
이 저녁에- 박형준 이 저녁에 박형준 황혼이여, ̄ 저녁 하늘의 수술 자국이여, ̄꿈이 태어나는 居所여, 이 저녁에 또 하나 별빛이 통증처럼 뻗어나온다 나는 말하지 않으련다, 아물지 않는 상처가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한없이 느릿느릿한 걸음걸이가 향기를 안으로 익혀 포도송이로 꽉찬 포도나무밭이, 밀..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2.02.28
아버지의 염전- 홍선영 아버지의 염전 홍 선 영 수차에 올라앉은 아버지가 우뚝 서면 게워낸 바닷물이 신기루를 만들어 낸다 쳇바퀴 돌리고 잇는 바다 위의 다람쥐인가 해질녘 노을 안에는 검붉은 그림자 하나 아버지 발걸음에 눈물들만 딸려 나온다 짠맛을 희석하는가. 아버지의 두 다리 바다가 복부를 열어 ..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2.02.27
연서-문효치 연서 문효치 편지를 어찌 말로 쓸 수 있으리요. 잘 익은 노을처럼 종이 가득 진한 물이 드는 걸. 다시 붓을 들어 글씨를 쓰려하면 어지러운 아지랑이가 눈을 가리고, 그래도 한 마디 꼭 적으려 하면 어느새 종이는 불타고 있으니. 그대여 사랑을 어찌 말로 할 수 있으리오. 다만 벙어리가 ..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2.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