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천수천안 스마트폰/ 안차애

이삐김밝은 2014. 8. 6. 09:42

 

 

 

 

 

 

천수천안 스마트폰

 

                              안 차 애

 

이제야 나는 면벽하지 않고도

천 개의 눈과 천 개의 손을 가졌다

 

지문이 동심원처럼 퍼지는 부근에서

탐스러운 애플들은 끝없이 피어난다

4D 연속무늬 단청빛 꽃밭이다

내가 쉴새없이 손을 떨며 접신한 덕분이거나

천 개의 겹눈이 생기도록 화면의 경계를 열고

또 연 공덕이다

 

손바닥 안에 법당을 차리고

철야정진은 밤마다 무르익어서

뻗어나간 천 개의 덩굴손이 천 개의 나를 나른다

돋아난 천 개의 눈알마다 붉은 눈부처가 소리 없이

금붕어처럼 와글거리며 선문답이다

 

천길만길, 세상길의 끝에서 윈도우

창 하나만 쪽 달처럼 걸려 있다

 

창 안에는 비로소 내가 없고

나 닮은 그림자도 흔적 없이

오래고 긴 성불成佛이다

 

- 시집 『치명적 그늘 』,2013, 문학세계사

 

<약력>

-200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등단

-대학과 대학원에서 국어교육을 전공

-시집 『불꽃나무 한 그루』『치명적 그늘』

-계간 『시산맥』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