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천안 스마트폰
안 차 애
이제야 나는 면벽하지 않고도
천 개의 눈과 천 개의 손을 가졌다
지문이 동심원처럼 퍼지는 부근에서
탐스러운 애플들은 끝없이 피어난다
4D 연속무늬 단청빛 꽃밭이다
내가 쉴새없이 손을 떨며 접신한 덕분이거나
천 개의 겹눈이 생기도록 화면의 경계를 열고
또 연 공덕이다
손바닥 안에 법당을 차리고
철야정진은 밤마다 무르익어서
뻗어나간 천 개의 덩굴손이 천 개의 나를 나른다
돋아난 천 개의 눈알마다 붉은 눈부처가 소리 없이
금붕어처럼 와글거리며 선문답이다
천길만길, 세상길의 끝에서 윈도우
창 하나만 쪽 달처럼 걸려 있다
창 안에는 비로소 내가 없고
나 닮은 그림자도 흔적 없이
오래고 긴 성불成佛이다
- 시집 『치명적 그늘 』,2013, 문학세계사
<약력>
-200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등단
-대학과 대학원에서 국어교육을 전공
-시집 『불꽃나무 한 그루』『치명적 그늘』
-계간 『시산맥』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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