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리나무 아래서의 사랑/ 김성조
내 한 철의 사랑과 내 한 철의 이별을
너는 지켜보았다
내 스물의 어두운 날개짓 같은
한 끝의 노래와 한 끝의 절망을
너는 온몸으로 지켜보았다
한 번도 열린 적 없는 이끼의 뜰을 지나
반쯤만 잠들던 아카시나무는
흔들리는 향기만으로도
몇 生의 뿌리를 거두어 갔다
머물러 있는 것만이 고요가 아니라고
이별은 또 다른 예감의 흩날림이라고
철새 돌아가고 철새 돌아온다
허공에 툭, 몸 던져 흙이 되고 나서야 너는
내게 한 소절의 행간을 선물한다
이것이 내가 이 별의 마지막 미아가 되어
경건히 네 발등을 지나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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