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상수리나무 아래서의 사랑/ 김성조

이삐김밝은 2014. 7. 11. 20:00

 

 

 

 

 

 

 

 

 

 

상수리나무 아래서의 사랑/ 김성조

 

 

 

내 한 철의 사랑과 내 한 철의 이별을

너는 지켜보았다

 

내 스물의 어두운 날개짓 같은

한 끝의 노래와 한 끝의 절망을

너는 온몸으로 지켜보았다

 

한 번도 열린 적 없는 이끼의 뜰을 지나

반쯤만 잠들던 아카시나무는

흔들리는 향기만으로도

몇 生의 뿌리를 거두어 갔다

 

머물러 있는 것만이 고요가 아니라고

이별은 또 다른 예감의 흩날림이라고

철새 돌아가고 철새 돌아온다

 

허공에 툭, 몸 던져 흙이 되고 나서야 너는

내게 한 소절의 행간을 선물한다

 

이것이 내가 이 별의 마지막 미아가 되어

경건히 네 발등을 지나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