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아버지의 염전- 홍선영

이삐김밝은 2012. 2. 27. 14:00

 

 

 

아버지의 염전

                    홍 선 영

 

수차에 올라앉은 아버지가 우뚝 서면

게워낸 바닷물이 신기루를 만들어 낸다

쳇바퀴 돌리고 잇는 바다 위의 다람쥐인가

해질녘 노을 안에는 검붉은 그림자 하나

아버지 발걸음에 눈물들만 딸려 나온다

짠맛을 희석하는가. 아버지의 두 다리

 

바다가 복부를 열어 푸른 속살 내보이고

소복이 드러나는 흰 뼈를 만들어내고

뼈마디 알갱이들마다 서해 빛이 시리다

 

염전을 일구어 낸 등이 휜 장화 한 짝

누런빛 장화 위에 눈물이 스미고 있다

하얗게 뿌리 내리는 아버지의 눈물밭.

 

<2010년 2월 중앙일보 시조백일장 장원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