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염전
홍 선 영
수차에 올라앉은 아버지가 우뚝 서면
게워낸 바닷물이 신기루를 만들어 낸다
쳇바퀴 돌리고 잇는 바다 위의 다람쥐인가
해질녘 노을 안에는 검붉은 그림자 하나
아버지 발걸음에 눈물들만 딸려 나온다
짠맛을 희석하는가. 아버지의 두 다리
바다가 복부를 열어 푸른 속살 내보이고
소복이 드러나는 흰 뼈를 만들어내고
뼈마디 알갱이들마다 서해 빛이 시리다
염전을 일구어 낸 등이 휜 장화 한 짝
누런빛 장화 위에 눈물이 스미고 있다
하얗게 뿌리 내리는 아버지의 눈물밭.
<2010년 2월 중앙일보 시조백일장 장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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