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산색/ 문효치

이삐김밝은 2015. 4. 19. 14:48

 

 

 

산 색(山 色) / 문효치

 

 

당신의 입김이

이렇게 흐르는 산허리는

산빛이 있어서 좋다.

 

당신의 유방 언저리로는

간밤 꿈을 해몽하는

조용한 아우성의 마을과

 

솔이랑 학이랑 무늬 그려

도자기 구워내다

새벽 이슬 내리는 소리.

 

오월을 보듬은 당신의 살결은

노을, 안개.

지금 당신은 산빛 마음이다.

 

언젠가 내가 엄마를 잃고

파혼 당한 마음을

산빛에 묻으면.

 

청자 밑에 고여 있는

가야금 소리.

 

산빛은 하늘에 떠

돌고 돌다가

산꽃에 스며 잠을 이룬다.

- 196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약력>

동국대 및 고려대 교육대학원 졸업

. 1966년 한국일보 및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 시집 『무령왕의 나무새』, 『왕인의 수염』, 『별박이자나방』등 11권

. PEN문학상, 김삿갓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 수상

.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장 등 역임

. 한국문인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