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스크랩] 허튼 바람이 치리야/ 오대환

이삐김밝은 2014. 5. 4. 09:39

 

 

 

 

 

 

 

 

허튼 바람이 치리야

 

                             오대환

 

 떠나가는 자와 지금 떠났다가 돌아오는 자 사이에 허튼 바람이 치리야

 

 부치지 못할 편지와 그래도 쓸도리 외에 없는 편지 사이에, 그 아득한 구음口音 사이에 허튼 바람이 치리야

 

 저 4월에 지는 꽃의 붉음과 기어이 4월에 피는 꽃의 붉음 사이에 허튼 바람이 치리야

 

 벗어 둔 구두 한 켤레의 평화와 별 따라 떠오르는, 뉘 집 거실 먼지들의 평화 사이에 허튼 바람이 치리야

 

 살아서 발등 부은 채 에도는 눈설레와 죽어서 더 그리운 새벽 세 시의 고요 사이에 허튼 바람이 치리야

 

 지상에서 부는 모든 바람과 바람 사이 한사코 한사코 허튼 바람이 또 치리야

 

 그대 감은 두 눈시울이 부려 놓은 뭇 섬들 사이, 그 창백한 그늘 속으로 허튼 바람이 치리야

 

 

-시집  『복사꽃 천지간의 우수리』, 2013

 

<약력>

. 1984년 조선일보,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 시집 『북한산』『수화手話』『별빛들을 쓰다』

 

 

 

 

출처 : 미네르바 - 한국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시 전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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