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튼 바람이 치리야
오대환
떠나가는 자와 지금 떠났다가 돌아오는 자 사이에 허튼 바람이 치리야
부치지 못할 편지와 그래도 쓸도리 외에 없는 편지 사이에, 그 아득한 구음口音들 사이에 허튼 바람이 치리야
저 4월에 지는 꽃의 붉음과 기어이 4월에 피는 꽃의 붉음 사이에 허튼 바람이 치리야
벗어 둔 구두 한 켤레의 평화와 별 따라 떠오르는, 뉘 집 거실 먼지들의 평화 사이에 허튼 바람이 치리야
살아서 발등 부은 채 에도는 눈설레와 죽어서 더 그리운 새벽 세 시의 고요 사이에 허튼 바람이 치리야
지상에서 부는 모든 바람과 바람 사이 한사코 한사코 허튼 바람이 또 치리야
그대 감은 두 눈시울이 부려 놓은 뭇 섬들 사이, 그 창백한 그늘 속으로 허튼 바람이 치리야
-시집 『복사꽃 천지간의 우수리』, 2013
<약력>
. 1984년 조선일보,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 시집 『북한산』『수화手話』『별빛들을 쓰다』
출처 : 미네르바 - 한국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시 전문지
글쓴이 : 김밝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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