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약 처방 이후
정진규
사랑이란 劇藥 처방 이후 한쪽 귀가 시원치 않다 넘쳤다 귀로 왔다 귀가 먹으면 어쩌나 점점 불안이 커져가고 있다 내가 거느리는 시간과 공간의 벼랑에 어두운 돌이 하나 무겁게 매달려 내가 맨발로 오르내리던 허공을 가로막는다 훼방 놀고 있다 오히려 내가 늘 네게 늦게 당도하게 되었다 아직은 징후에 지나지 않으나 이 불안의 성장을 감출 수 없다 내가 완전히 귀가 먹으면 너는 떠날 것이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섬기고 있는 늙은 느티의 動態가 수상했던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죄송하다 지난 장마에 半身이 깊게 기울었다 듣지 못하면 보는 것도 굼뜨다 청맹과니가 된다 그 내리막을 내려가 보면 무엇이나 소리가 거느리고 있다 좌우하고 있다 소문이야 자자했으나 나의 소문은 늘 뜬소문이었다 한쪽 귀로만 들었기 때문이다 律呂 ,한소식을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귀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귀가 먹어가고 있다 사랑이란 劇藥 처방 이후
- 시집『무작정』,2014
<약력>
. 1939년 경기 안성출생,고려대 국문과 졸업
. 196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 시집 『마른 수수깡의 平和』『들판의 비인 집이로다』『뼈에 대하여』『몸詩』『알詩』『껍질』외 다수
. 현대시학작품상, 월탄문학상, 공초문학상, 대한민국 문화훈장 수훈, 불교문학상, 이상시문학상,만해대상,김삿갓문학상등수상
. 1988년부터 2013년 12월까지 시전문 월간지 『현대시학』 주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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