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화
- 김은령
우연히 들른 고택 울밖에
서성, 서성거리는 봉선화들
이미 한물간 처지인 줄 알면서도
속수무책이었을 꽃, 마지막 잎을 땄다
심장 소리 간격으로 콩콩콩 찧어서
꽃의 피를 볼 때까지 짓이겨서
열 손가락 끝 랩으로 동여매어 하룻밤을 잤다
요즈음에 누가? 싶다가도
꽃물이 손톱에 새겨지길 바라면서
조심조심 하룻밤을 잤다
손톱은 밤사이 꽃이 되었다
고택 울 밖으로 밀려 나와
서성, 서성이는 장삼이사
이미 끝장난 처지인 줄 알지만
짓이겨서라도, 피를 보고서라도
가계家系를 동여매고 싶은,
꽃이 되고 싶은 꽃
시집『차경』황금알 2012
- 1961년 경북 고령 출생.
1998년<불교문예>로 등단
시집<통조림>
출처 : 폴래폴래
글쓴이 : 폴래폴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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