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涯月을 그리다 1
김밝은
1
문 닫힌 까페 ‘봄날’을 지나
가을이 입혀진 바닷가를 타박타박 걸었어
뭉텅뭉텅 윤기빠져버린 기억들로 새파래진 등에
파도가 채찍으로 왔다가 가더라
어제까지의 일들은 모두 깨끗하게 지워볼까도 생각했지
따뜻한 말 한마디도 내겐 비밀의 기록 같아서...
애월,
오늘은 화주火酒의 향기를 마시며 천리를 가보고 싶어
2
사유의 샘을 잊어버린 물고기 한 마리가
달빛에 머리를 박았는지 허둥거리고 있어
눈치없는 달이 파도위에 몸을 얹는 날인가 봐
이럴 때는 기다릴게란 말도 가벼워져서
느린 우체통에 넣었던 마음쯤 꼭 닫고 돌아서야 될지도 몰라
털머위꽃 향기가 기척도 없이 떠나갈 즈음
누군가 핸드폰의 낮은 발신음을 입맞춤마냥 오랫동안 들여다보더라
애월......
내일은 사람의 숨소리를 품고 어디든지 가보고 싶어
- 문학선 2014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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