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애월(涯月)을 그리다 1/ 김밝은

이삐김밝은 2014. 9. 4. 21:59

 

 

 

 

애월涯을 그리다 1

                             김밝은

 

1

문 닫힌 까페 봄날’을 지나

가을이 입혀진 바닷가를 타박타박 걸었어

 

뭉텅뭉텅 윤기빠져버린 기억들로 새파래진 등에

파도가 채찍으로 왔다가 가더라

 

어제까지의 일들은 모두 깨끗하게 지워볼까도 생각했지

따뜻한 말 한마디도 내겐 비밀의 기록 같아서...

애월,

오늘은 화주火酒의 향기를 마시며 천리를 가보고 싶어

 

2

사유의 샘을 잊어버린 물고기 한 마리가

달빛에 머리를 박았는지 허둥거리고 있어

 

눈치없는 달이 파도위에 몸을 얹는 날인가 봐

이럴 때는 기다릴게란 말도 가벼워져서

느린 우체통에 넣었던 마음쯤 꼭 닫고 돌아서야 될지도 몰라

 

털머위꽃 향기가 기척도 없이 떠나갈 즈음

누군가 핸드폰의 낮은 발신음을 입맞춤마냥 오랫동안 들여다보더라

 

애월......

내일은 사람의 숨소리를 품고 어디든지 가보고 싶어

 

 

- 문학선  2014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