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涯月을 그리다 2
김밝은
시베리아의푸른눈*을 꿈꾸던 어제처럼 또 하루를 건넌다
깊어진 낭떠러지를 레이스로 덧댄 바다가 아득해져간다
기억 속에서 자라는 얼굴을 달빛의 품에 건네주고
낯선 길을 뒤돌아보면
긴 한숨소리가 검은 그림자로 옆구리에 와 나란히 눕는다
때죽나무 꽃향기가 붉은 흙냄새에 젖은 옷자락을 잡아당길 때
명치에 걸려있는 이야기들이 눈을 흘기던,
봄은 비명을 지르기에도 너무 짧았다
애월,
입술에서부터 쓸쓸한 달로 떠오르는 이름
어둠을 밟는 발걸음소리 무거워지는데
포스트잇 가득 메운 사연들이 바다를 향해 매달려있는
무인까페 ‘비아’에 앉아 조금 더 견뎌보기로 한다
애월,
입술에서 입술로 건너가며 눈물로 사라지는 얼굴
우연이라도
깃발을 든 그대가 찾아오겠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 바이칼호수의 다른 이름들중 하나
-문학선 2014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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