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에서 살다가
김밝은
그대를 찾을 수가 없다
미궁의 언덕을 넘어가던 연기마저
숨죽이는, 후박나무 생각 깊어진 봄날
수많은 골목들을 찾아 헤매도
이름마저 행방불명되어 버렸다
열한개의 숫자로 새겨진 얼굴
초록 잎들마저 침묵하던 오월 어느 하루
그대가 생의 나침반을 떨어뜨렸을 때
함께 사라져버린 것일까
가끔 나의 새벽으로
눈물 같은 미소를 거느리고 찾아와
몇 가지 표정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잊어버린 비밀번호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한잔의 카라멜마끼아또 같던 그대,
가벼운 몸짓으로 이승의 어느 길목을 빠져나갔는지
호젓한 숲길사이 박새 드나드는 소리
오늘은
조각나버린 기억 저 너머
가릉빈가迦陵瀕伽 날개 짓하는 구릉 위를
서성이고 있는 것일까
2013 「미네르바 겨울호」 신인상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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