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
김밝은
몸쓸놈의 치정의 욕망이
소금기 댓말 품은
푸른 섬에 겁 없이 뛰어들었다
머리칼을 휘날리며
섬의 몸뚱어리가 사납게 흔들렸다
짜릿한 이름이 되고싶은
갈비뼈쯤에서 비명이 이승의 하늘을 가르고
뜨겁게 달아오른 몸
환장하게 술렁이는 속살도 타고 있었다
얼척없이 허공으로 흩어지는
장다리꽃잎 어지러운 사이
뭍으로 머리 기울인 기억을 지키려는
그림자 하나 성큼 걸어와 슬픈 풍경도 되어주는
이 징하게 능글맞은 푸른 섬의
등지느러미 위에서
아랫입술 말랑한 낮달의 얼굴 붉어지면
훔쳐보던 4월의 지랄 같은 음모陰謀,
거센 파도를 넘는다
2013 미네르바 겨울호 (신인상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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