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스크랩] 아픔 12/ 문효치

이삐김밝은 2013. 4. 29. 20:18

 

아픔 12/ 문효치

 

 

그림 한 장  잡는다

 

고슬고슬한 머리카락 날리며

어느 나른한 봄날

바람 앞에 선

노랑 저고리의 여인 같은,

 

어른거리는 연막처럼

아지랑이 일렁이는 속

꿈에서 보았던

마을이 있고

 

거기

미소 지으며 다가오는

그녀의 치마 와삭거리는 소리

그림은 이미

내 살 속을 거닐고 있었다

 

세월은 어느 햇살

그 햇살의 줄 위에 걸어놓았던

내 젊은 날의 목숨 한 웅큼

그림 속에서 살고 있었다

 

―시집 『칠지도』

출처 : 계간미네르바작가회
글쓴이 : 김기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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