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달/ 정숙자
소용돌이 휘말려 대가리 박살났을지라도
산산조각 다시 뭉쳐
강물의 호수의 바다의 심장이 되는
늦가을 어스름이면 쩌렁쩌렁
더욱더 불타오르는
그물로 작살로도 건질 수 없는
눈으로만이 만질 수 있는
오로지, 오직 한 마리
모남 메마름 게으름 서두름 없이
물결 한 결 헤집음 없이
산 넘어 또 산 넘어 서방정토까지 혼자이지만
접었다 폈다 마침내 둥글어지는 독야청청 저 물고기
실개울에도 흐르고 있어
우리들 가슴에도 뿌려져 있어
내 인생 견문록 참회록에도 새겨져 있어
천천히 찬찬히 구름과 바람 사이를
온밤을 꿋꿋이 돌보고 있어
-시집 『뿌리 깊은 달』 2013. 2. 28 ,펴낸곳/천년의 시작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 『감성채집기』 『정읍사의 달밤처럼』 『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밝은음자리표』
'시 세상 > 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아픔 12/ 문효치 (0) | 2013.04.29 |
---|---|
절벽에서 날다/ 정숙자 (0) | 2013.04.26 |
[스크랩] 자청비 / 최형심 (0) | 2013.04.24 |
[스크랩] 해변의 진혼곡 / 신철규 (0) | 2013.04.15 |
작품 한구절에 대한 이야기 (0) | 2013.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