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뿌리깊은 달/ 정숙자

이삐김밝은 2013. 4. 26. 15:35

 

 

 

 

 

 

 

뿌리깊은 달/ 정숙자

 

소용돌이 휘말려 대가리 박살났을지라도

산산조각 다시 뭉쳐

강물의 호수의 바다의 심장이 되는

 

늦가을 어스름이면 쩌렁쩌렁

더욱더 불타오르는

그물로 작살로도 건질 수 없는

눈으로만이 만질 수 있는

오로지, 오직 한 마리

 

모남 메마름 게으름 서두름 없이

물결 한 결 헤집음 없이

산 넘어 또 산 넘어 서방정토까지 혼자이지만

 

접었다 폈다 마침내 둥글어지는 독야청청 저 물고기

 

실개울에도 흐르고 있어

우리들 가슴에도 뿌려져 있어

내 인생 견문록 참회록에도 새겨져 있어

 

천천히 찬찬히 구름과 바람 사이를

온밤을 꿋꿋이 돌보고 있어

 

-시집 『뿌리 깊은 달』 2013. 2. 28  ,펴낸곳/천년의 시작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 『감성채집기』 『정읍사의 달밤처럼』 『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밝은음자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