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스크랩] 안부 / 곽효환

이삐김밝은 2013. 1. 8. 20:47

 

 

 

 

 

 

 

      안부

 

                                           - 곽효환

 

 

 어느 날,

 오래전 당신에게서 안부를 묻는 메일이 왔습니다

 광화문 근처를 지나며 문득 생각이 났다지요

 아주 가끔씩 생각나는 나를

 많이 좋아했던 것 같다며

 아주 가끔 잊지 않고 있다며

 수줍게 말꼬리를 흐리더니…

 여전히 출근하면 녹차를 마시며 찰떡을 먹고

 메일을 읽고 신문을 펼치느냐고

 덤덤하게 사소한 안부를 묻는 당신

 

 나는 늘 한 발짝 늦게 깨닫고

 하여 서툴게 서두릅니다

 몇 번을 썼다 지우고 다시 썼다 지워도

 나의 말은 맴돌고

 나의 문장은 여전히 상투적이어서

 ‘아주’와 ‘가끔’ 사이의 경계를 혹은

 그 깊이를 가늠하지 못합니다

 다시 당신은 소식이 없고

 나는 다시 한없는 기다림으로 서성이다

 전에 그랬듯이 시들거나 비켜가려나 봅니다

 

 밤새 세찬 비바람 불더니

 풍경처럼 가을이 왔습니다

 

 

  『시평』2012년 겨울호

 

 

 

- 1967년 전북 전주 출생. 건국대 동 언론홍보대학원 졸업.

   고대 국문과 동 대학원 문학박사. 1996년<세계일보>신춘문예 당선.

   시집<인디오 여인>등  현재 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출처 : 폴래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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