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덧신
- 이인자
얼음 강물 위까지 밀려왔다
새들의 발자국
얼어붙은 유리창 위에
찍혀진 손도장처럼
입김으로 불면 금세 지워질 듯
시리고 가벼운
언제였던가
얼음장 같은 지상 위를
맨발로 걸어야 할 때
발밑에서는 얼음 비늘이 돋아나고
얼어붙은 수도꼭지처럼
눈물 한 방울도 얼어버린 때
그때 나의 발자국들도
저렇게 힘없이 가벼웠을까
언 발 위에
또 다른 언 발을 얹어
비비고 또 비벼도
더욱 먹먹해지는
언 발들의 슬픔이여
털실뭉치 같은 태양
눈부신 햇빛
그 빛 한 줄 풀어
덧신 두 짝 떠서
새들과 나누어 신고 싶다
시집『새의 덧신』시안 2012년
- 1973년 서울 출생.
1996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출처 : 폴래폴래
글쓴이 : 폴래폴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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