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소피아 님)
검은 입술들
- 김유자
종이컵과 종이컵사이의 실처럼
창문들은 소리로 이어져 있다
티브이와 침대
침대위의 당신, 당신 앞의 벽
잡히는 게 없는데 자꾸 저어보는
밤의 손은 먹먹하다
퍽!
짧고 굵은 소리에 어둠이 조각난다
차에서 불꽃이 솟아오른다
골목의 입들이 타오른다
불티처럼 날아오른다
놀란 눈과 코고는 귀 사이
얼굴은 지워져있고
당신의 등에 맞닿은
나의 등은 죽은 물고기처럼 떠있고
감겨지지 않은 눈동자들이 가라앉는다
맑은 어둠을 불러내고
우리는 함께, 코를 곤다
불을 지른 사람과 타 버린 차의 주인은 오늘 밤
뜨겁게 연결되었다
컵 속에 말라붙은 검은 입술들이
고둥처럼 벌어져 있다
『다층』2012년 가을호
- 2008년<문학사상>으로 등단
출처 : 폴래폴래
글쓴이 : 폴래폴래 원글보기
메모 : 폴래폴래님..
게으른 사람이 자꾸 옆집에서 퍼나르는 실례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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