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스크랩] 雪國 / 권기만

이삐김밝은 2012. 12. 1. 00:18

 

 

 

 

 

 

 

 

            제 7회 최치원 신인문학상 수상시

 

 

 

         雪國  

 

                                          - 권기만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열차는 수전증 걸린 노인 같다

 툰드라의 혹한이 창틈으로 세상 끝까지 옷깃을 세웠다

 모든 경계를 다 지워야 도착한다는 꿈에서의 열흘,

 

 驛舍는 씩씩거림만 남은 주전자 바닥 같다

 여행자로 살다 간 형은 왜 이 먼 곳에 와서 죽은 것일까

 시체보관소에 잠들어 있는 형은 너무도 편안했다

 빙하의 바람을 뼈에 새기면 설국을 찾을 수 있다

 갈겨쓴 글자가 설인의 흔적 같던 형의 엽서,

 

 교수직을 던지고 블라디보스토크로 간 형은

 돈이 생기면 보드카만 마셨다

 형의 수첩을 보고서야 설국으로 가는 길이 있단 걸 알았다

 삶에 행로를 끼워 넣으면 어디에도 없는 나라가 만들어진다

 수첩의 흰여우언덕은 이제 찾을 수 없는 나라다

 

 눈 덮인 북극 하늘을 조금씩 잊으면서 봄은 덧났다

 한 송이 꽃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향해 뛰어 내렸다

 살아보고 싶은 존재에 가장 가깝다는 나라,

 한 번 내디딘 자리에서 지상에 없는 제국을 만나보라고

 북극점 받아 안고 가만히 날개를 펴는 목련,

 내 눈속에도 설국의 지도가 그려지고 있다

 

 

 

 경북 봉화 출생. 2012년 <시산맥>등단

 

 

 

 

출처 : 폴래폴래
글쓴이 : 폴래폴래 원글보기
메모 : 폴래폴래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