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문 효 치
새는 알을 까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한다. (헷세)
사랑이여
알을 깨고 나오라.
이제는 굳게 여문
부리를 내두르며
알을 깨고 나오라.
웅크렸던 날개
기지개를 크게 켜고
티 한 점 없는 하늘을 향해
날아 올라라.
내 사랑의 알 껍질
나는 유리처럼 구슬 소리를 내며 부서지리니
아픔도 서러움도 안으로 감추고
햇빛에 찬란하게 반짝이며
가볍게 부서지리니.
네가 알 속에서 잉태될 때
내 영혼은 잠깨었으므로
네 부리 끝에서 쪼개어지는
오늘의 아픔도 나는 기쁘다.
사랑이여
알을 깨고 나오라.
나는 지금 부서질 때
무지개 빛으로
공중에 흩어지리니.
- 시집 『무령왕의 나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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