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너에게/ 문효치

이삐김밝은 2013. 1. 17. 22:54

 

너에게

                     문 효 치

새는 알을 까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한다. (헷세)

 

사랑이여

알을 깨고 나오라.

 

이제는 굳게 여문

부리를 내두르며

알을 깨고 나오라.

 

웅크렸던 날개

기지개를 크게 켜고

티 한 점 없는 하늘을 향해

날아 올라라.

 

내 사랑의 알 껍질

나는 유리처럼 구슬 소리를 내며 부서지리니

 

아픔도 서러움도 안으로 감추고

햇빛에 찬란하게 반짝이며

가볍게 부서지리니.

 

 

네가 알 속에서 잉태될 때

내 영혼은 잠깨었으므로

네 부리 끝에서 쪼개어지는

오늘의 아픔도 나는 기쁘다.

 

사랑이여

알을 깨고 나오라.

나는 지금 부서질 때

무지개 빛으로

공중에 흩어지리니.

 

- 시집 『무령왕의 나무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