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 문장
- 권현형
당신 눈이 깊어 레바논 우물 같다
꽃뼈가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듣는가
닿을 수 없는 곳을 향해 손가락을 뻗는다
다른 이의 무릎을 함부로 베고 누울 순 없다
밤새 격렬하게 비바람이 불었고
아침나절 강물의 얼굴이 궁금하다
몽돌 위에 이름 모를 짐승의 껍질이
생의 군더더기 없는 형해처럼 낡아
꽃은 인간을 닮아 가고
인간은 남의 가슴을 파고든다
간밤 어디론가 사라진 분홍 몸피들의 다급한 문장이 궁금하다
어쩌라고 어쩌라고, 그런 말이었을까
끝에서라도 끝에서라도, 그런 말이었을까
『시와시학』2012년 가을호
- 1966년 주문진 출생. 강릉대 영문과, 경희대 대학원 국문과 박사 수료.
시집<중독성 슬픔><밥이나 먹자, 꽃아>
출처 : 폴래폴래
글쓴이 : 폴래폴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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