ㄷ
-출처; 무심재님의 사진-
당신빼고는 다 지겨웠어
황 학 주
이름 말고는 적어 넣을 수 없는
이름만으로도 밖으로 넘치는
절룩이는 생각의 의자에 앉아
빠지고 가늘어지는 머리카락을 단념하듯이
점점 이름을 까먹다 가는 사정이
기분 나쁜가?
나이를 몇 살 줄여준다 해도
달라질 게 없는데
쓰러진 의자를 다시 세우며
이름이 가장 어려운 날을 내가 산 것인지
가만히 창밖을 보고 있는 동안
더러더러 눈에 찍히는 머나먼 시간이여
어느 하늘가로 미루나무 이파리처럼 뒤집히며
내 사랑의 행인 흐려지네
저리도록 기울여 앉아
다리가 흙에 묻히도록 빠져들던 생각의
허름한 의자를 집 앞에 내놓는 동안
나는 나의 끝나지 않은 무명이었다
사랑이 역광이 되는 거기까지는 말없이도 통한다
이름이 하나 다리에 못을 친
내 작은 지상 동그란 무덤까지
당신 빼고는 다 지겨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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