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에 처음인 듯 봄이
- 조용미
현통사 앞 물가의 귀룽나무는 흰 꽃을
새털구름처럼 달고 나타났지
귀룽나무, 나는 놀라 아 귀룽나무 하고
비눗방울이 터지듯 불러보았지
귀룽나무, 너무 일찍 꽃 피운 귀룽나무
귀룽나무 물가에 가지를 드리우고
바람결에 주렁주렁 흰 꽃향기를 실어 보내고 있네
귀룽나무 새초록 가지마다
연둣빛 바람이 샘솟네
개울물 소리 따라 늘어진 가지의 흰 꽃망울들이
조롱조롱 깨어나네
저 귀룽나무 흰 꽃들 받아먹는
물소리 따라 봄날은 살며시 가는 거지 또 그렇게
가는 거지 건듯건듯 봄날은 가고
귀룽나무 아래 어루만졌던 어떤 마음도
드문드문 아물어가는 거지
누군가 한 세월 서러이 잊히는 거지
아 그리고 생에 처음인 듯
문득 봄이 또 오는 거네
귀룽나무는 물가에서 전생에 피운 적 없는
흰 꽃들을 뭉클뭉클 달고서
나를 맞이하는 거네
시집『기억의 행성』문지 2011년
-1962년 경북 고령 출생. 1990년<한길문학>으로 등단
시집<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일만 마리 물고기가 山을 날아오르다>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등
김달진문학상 수상.
출처 : 폴래폴래
글쓴이 : 폴래폴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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