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스크랩] 생에 처음인 듯 봄이 / 조용미

이삐김밝은 2012. 6. 8. 06:45

 

 

 

 

 

 

 

 

 생에 처음인 듯 봄이

 

                                        - 조용미

 

 

 

 현통사 앞 물가의 귀룽나무는 흰 꽃을

 새털구름처럼 달고 나타났지

 귀룽나무, 나는 놀라 아 귀룽나무 하고

 비눗방울이 터지듯 불러보았지

 

 귀룽나무, 너무 일찍 꽃 피운 귀룽나무

 귀룽나무 물가에 가지를 드리우고

 바람결에 주렁주렁 흰 꽃향기를 실어 보내고 있네

 

 귀룽나무 새초록 가지마다

 연둣빛 바람이 샘솟네

 개울물 소리 따라 늘어진 가지의 흰 꽃망울들이

 조롱조롱 깨어나네

 

 저 귀룽나무 흰 꽃들 받아먹는

 물소리 따라 봄날은 살며시 가는 거지 또 그렇게

 가는 거지 건듯건듯 봄날은 가고

 

 귀룽나무 아래 어루만졌던 어떤 마음도

 드문드문 아물어가는 거지

 누군가 한 세월 서러이 잊히는 거지

 

 아 그리고 생에 처음인 듯

 문득 봄이 또 오는 거네

 귀룽나무는 물가에서 전생에 피운 적 없는

 흰 꽃들을 뭉클뭉클 달고서

 나를 맞이하는 거네

 

 

 

 시집『기억의 행성』문지 2011년

 

 

 

 

  -1962년 경북 고령 출생. 1990년<한길문학>으로 등단

   시집<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일만 마리 물고기가 山을 날아오르다>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등

   김달진문학상 수상.

 

 

 

 

 

 

출처 : 폴래폴래
글쓴이 : 폴래폴래 원글보기
메모 : 폴래폴래님...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