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흠향(歆饗)
─DJ Ultra의 리믹스: 한용운,『님의 침묵』
당신이 적의 깃발인가 봐요.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었어요. 더 세계, 조금 더 세게, 나를 다스려줘요, 통통한 당신의 꿈을 사랑합니다. 몽상의 살냄새를 끌어당겨요. 거짓 눈물로 박자를 맞춰요. 얼마나 달콤 하던지, 으깨진 살구처럼, 얼마나 많이 쏟던지. 5월의 햇빛은 녹음의 건축술, 내 모든 사랑의 파괴술. 자연의 가운데에는 당신의 짝이 될 만한 무엇이 없습니다.
우리가 배운 사랑의 기술을 지우고, 다시 사랑하기 위해 완벽하게 완벽하게 말살시키고, 어제의 당신을, 지금까지 나를 사랑했던 당신의 사랑을 거짓이라 고발하고, 다른 날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오늘의 당신과 키스를 나누고, 몸은 이별하지만 마음은 떨어지지 않는, 새로운 이별 양식을 실험합니다. 진정한 사랑은 간단이 없어서 이별은 애인의 육(肉)뿐이에요.
오늘 밤, 나는 묵향이 되어 그쪽으로 날아가겠습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습니다. 갑자기, 갑자기 나의 사랑이 단단해지는 것 같은 착각에 진입하면서, 나의 무의식 한 자락을 펼쳐놓는 당신의 광명을 감지 하였지만, 나는 다시 벌레가 되었습니다. 당신을 기다리면서 괴로움을 먹고 살이 찝니다. 벌레의 울음을 울기 위해 여기까지 온 것인데…… 미명(未明).
시집『역진화의 시작』문지 2012년
시인의 말
오전의 광장에 쏟아지는 햇빛.
저곳이 이곳으로 함몰된다.
나는 보이고 지워진다.
당신이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어간다.
한 송이 꽃, 광장을 짜갠다.
허공에 배어난 응혈.
JIN을 기억하며.
2012년 2월
장석원
- 1969년 충북 청주 출생. 고대 국문과 동 대학원 졸업.
2002년 <대한매일(서울신문)>신춘문예 당선.
시집<아나키스트><태양의 연대기>와 평론집 <낯선 피의 침입>등
현재 광운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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