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으로 가는 문
김밝은
내 속을 환히 들여다보는 노을과 나란히
보리수나무 그 끝으로 난 문을 열면
해를 가장 먼저 몸에 새겨 넣는
자이살메르, 꿈꾸는 성이 있다
나를 바라봐주지 않아
모래알 같은 눈물 차오르게도 하는
오르페우스가 수금을 타는 그곳에선
갠지스강을 지나온 고요한 생의 냄새가 난다
별 뜨는 사막의 언저리
붉은 터번을 두른 순례자의 노랫소리가 들리고
낙타 한 마리 목숨처럼 길을 내며 걸어갈 때
내 몸에도 조금씩 모래무늬가 새겨질 것이다
호박(琥珀) 빛으로 물든 모래가
오래된 제 몸을 비비며
엷어져가는 기억을 되새기는 소리에
한때 뜨거운 손을 잡았던 얼굴들이
신기루처럼 다가오는,
보리수나무 그 끝으로 난 문을 열면
별들이 어린왕자를 데려다 놓고 기다릴
자이살메르, 꿈꾸는 사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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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문예』2015-여름호 <신작시>에서
* 김밝은/ 2013년『미네르바』로 등단
출처 : 맑고 따뜻하게
글쓴이 : 시인 정숙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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