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 / 김밝은
몹쓸놈의, 치정의 욕망이
소금기 댓말 품은
푸른 섬에 겁없이 뛰어들었다
머리칼을 휘날리며
섬의 몸뚱어리가 사납게 흔들렸다
짜릿한 이름이 되고 싶은
갈비뼈쯤에서 비명이 이승의 하늘을 가르고
뜨겁게 달아오른 몸
환장하게 술렁이는 속살도 타고 있었다
얼척없이 허공으로 흩어지는
장다리꽃잎 어지러운 사이
뭍으로 머리 기울인 기억을 지키려는
그림자 하나 성큼 걸어와 슬픈 풍경도 되어주는,
이 징하게 능글맞은 푸름 섬의
등 지느러미 위에서
아랫입술 말랑한 낱달의 얼굴 붉어지면
훔쳐보던 4월의 지랄같은 음모, 출렁
거센 파도를 넘는다
-『미네르바』2013년 겨울호,신인상 당선작
'사진과 인문 >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풍경이 된 사람들 (0) | 2014.06.20 |
---|---|
증도- 소금꽃의 노래 (0) | 2014.06.03 |
바다이야기 (0) | 2014.05.27 |
향수백리길 (0) | 2014.05.17 |
향수백리( HDR) (0) | 2014.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