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인문/풍경

보리밭........

이삐김밝은 2014. 5. 17. 22:50

 

 

 

 

                

보리밭  /  김밝은

 

 

몹쓸놈의, 치정의 욕망이

소금기 댓말 품은

푸른 섬에 겁없이 뛰어들었다

 

머리칼을 휘날리며

섬의 몸뚱어리가 사납게 흔들렸다

 

짜릿한 이름이 되고 싶은

갈비뼈쯤에서 비명이 이승의 하늘을 가르고

뜨겁게 달아오른 몸

환장하게 술렁이는 속살도 타고 있었다

 

얼척없이 허공으로 흩어지는

장다리꽃잎 어지러운 사이

뭍으로 머리 기울인 기억을 지키려는

그림자 하나 성큼 걸어와 슬픈 풍경도 되어주는,

 

이 징하게 능글맞은 푸름 섬의

등 지느러미 위에서

아랫입술 말랑한 낱달의 얼굴 붉어지면

 

훔쳐보던 4월의 지랄같은 음모, 출렁

거센 파도를 넘는다

 

-『미네르바』2013년 겨울호,신인상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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