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우리나라

무릉도원에 갇히다-(4.20.영천 복사꽃여행)

이삐김밝은 2012. 4. 21. 23:06

 

 

별이 하늘의 무늬라면 꽃과 나무는 땅의 무늬일까요

 

 

별이 스러지듯 꽃들도 순식간에 사라지니까요

그래서 그들은 불멸을 이루나 봅니다

하늘의 무늬 속에 숨어 있는 그 많은 길들을

저  흩어지는 꽃잎들은 알고 있는 듯합니다

 

이 꽃잎에서 저 꽃잎까지의 거리에 우주가 다 들어있고

저 별빛이 이곳에 오기까지의 시간 또한 무한합니다

 

나는 누구도 아닌 당신을 만났군요              조용미/ 하늘의 무늬중  일부

 

 

 사월 스무날......

윤삼월이 시작되기 하루전

 

 

푹신한 풀잎요에 누워 풀향기 맡으며 올려다본 복사꽃너머 푸른하늘가

머풀러처럼 폴랑거리는 풍경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습니다.

우리들의 연분홍 시간을 숨겨놓은 그곳에서 나오는 길을 잃어도 행복할것 같았습니다

아, 일어나기 싫다던...  싫다던....어느분도 계셨고요.

지금 경북 영천 임곡면 일대는 온통 연분홍 치맛자락 휘날리는 봄날 입니다.

 

 그렇게 환한  봄날 하루와 만났습니다

 

 

첫번째 들른곳은 구지리마을 골짜기 입니다. 들어서면서부터 와!! 하는 외침이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사람 소리도 차 소리도 조용한 마을.......

 

 

 

 

 

 

한폭의 수채화같은 풍경......첫사랑의 빛깔인게 맞는듯 하지요?

 

 

 

 

 

 

 

 

 

 

 

 

 

 

 

아래로 내려오니 작은 마을...라일락꽃이 향기를 더해주는 예쁜 골목길이 나옵니다

 

 

 

 

잠시 차를 타고 동네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정자로 이동했습니다......

 

얼마나 가벼운 몸이실까요....나무꼭대기에 앉아 무얼하시는지.....멀리서 보기엔 가지치기를 하시는듯같기도 합니다.

 

 

 

 

 

 

 

차를타고 내려오다  문득 멈춰선 자리....민들레 향연이...

모두들 정신없이 꽃주위로 몰려들었다  더 위쪽으로 올라갔지만  발가락이 성치못한 저는 그만 주저앉아 놀기로 했습니다

 

 

목에 어울리지 않으니 나무하고라도 어울려 보라고....분홍커튼사이로 비치는 꽃들이 더 선명해 집니다

 

 

 

 

 

 

 

 

 

 

 

 

 

 

 

 

무릉도원에서 정신없이 놀다보니...시간가는줄도 몰랐습니다.... 배꼽시계만이 뭔가를 자꾸 원하는 시간....

맛있는 점심을 먹어야 합니다.

특이하게 밭 미나리를 무친것을 나물과 비벼  상추에 싸먹는 비빔밥.....열심히 정신없이 먹었습니다.

 

점심 식사후 다시  복사꽃길로 ...

얼굴을 돌리는 곳마다 연분홍빛이니 어디든 발을 놓아두기만 하면 될것 같습니다

차를 타고가다 또 잠시 발길을 멈춘곳...

강을 끼고 선 길이 어서 오라고 합니다.

햇살을 받은 꽃들의 얼굴이 더 발그레해져 있었습니다

 

가다가 차를 멈추고 걸었던 강변길... 벚꽃은 지고 없었지만 강옆으로 자두꽃.복숭아꽃이 피어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 내고있었습니다

 

 

자두꽃이라는게  일반적 의견이었는데...자두꽃을 본적이 없어서 맞는지는 ....

 

 

환상적인 조화...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푸르고 더 아름다운데.....

 

 

 

 

복숭아 꽃밭에서 놀다보니 시간가는줄 모르고 ......

이제 마지막 일정인 매산리 매산고택과 산수정을 찾아갑니다.

구지리보다 더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니 꽃 빛깔도 다를거라고....

가슴에 분홍빛깔을 물들였는지....얼굴이 발그레해서 총총히...

 

 

 

 

 

 

 

매산리 풀잎 요입니다.....폭신한 이 풀잎 요위에 누워 보아야 합니다.

꽃그늘 아래 누워 풀과 꽃의 이야기를 들어보아야 합니다....

마음에 초록물을 들이고 연분홍 사연을 품고 ...올려다보는  푸른하늘...

저와 뜰채님은 그만 이 풀잎요에 누워서 일어서지 못하는 바람에

위쪽 자리잡은 산수정엔 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렴 어떤가요. 온통 연분홍빛인걸요....우리가 꽃이 되었는걸요...

 

 

 

 

 

 

 

 

 

 

 

매산고택이라도 둘러보기위헤 일어섰습니다...매산고택앞에 피어있는 이 꽃들에 또 마음이 닿았습니다.

무슨꽃인지.....

 

매산고택은 중요민속자료 제24호로 지정되어있습니다.

 조선영조때 형조참의를 지낸 매산 정중기가

자기가 살고있던 선원동에 천연두가 만연하여 이를 피하고자 집을 이곳에 짓기 시작했으며

완성은 그의 둘째아들 일찬이 완성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집에는 우물이 없어 200떨어진 곳에서 물을 길어다 먹었다고 하는데요

이일을 하는 사람을 '물담사리'라 불렀다고 합니다.

매산고택은 전국에서 몇안되는 원형을 거의 보존한 18세기 민가로 그 가치가 높다는데요

 현재 사람이 거주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대문을 들어서니  높은 마루가  자리잡고 앉아 햇살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특이하게 장독대가 마당 한가운데 있습니다..

하늘이 올려다 보이구요....이장면을 찍게해주기 위해 무심재님 손발이 바쁘셨답니다....

주변에 어질러진 물건들 치우시느라구요^-^

 

 

 

이곳엔 문걸이도 꽃나무입니다....참 아름다운 손길이지요?

 

 

이나무의 이름은 잘모르겠지만....아주 오래된 나무인것은 확실합니다....

 연초록 잎들이 꽃과함께 봄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은 왜 그렇게 빨리 가던지요.  

차마 길을 잃지도 못했습니다....

그 봄길에서...그 꽃길에서  만났던 것은 꽃이 아니라 봄이 아니라

봄의 마음이었고 꽃의 마음이 되었던 우리가 아니었을까요.

우리가 봄길이 되었고 꽃길이 되어  꿈결같은 하루를 보냈던 것 같습니다.

모두의 얼굴에 연분홍 꽃물이 들어 아름답고 행복해 보였던건 당연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