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자신을 향한 끓어오르는 분노로 가득 찬 남자 ‘조셉’. 누구 하나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위태로운 일상을 보내던 그는 어느 날 도망치듯 자선가게에 숨어들고, 점원 ‘한나’의 기도를 통해 고통을 위로 받고 안정을 얻는다. 그녀의 온화한 미소에 폭언으로 답한 조셉이지만, 묘한 매력에 이끌려 다시 자선가게를 찾게 되고, 구제받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이던 마음의 문도 조금씩 열린다. 그러나 한나와 가까워질수록 평온해 보이기만 한 그녀의 삶에도 어두운 비밀이 있음을 알게 되는데
[PRODUCTION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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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한나>가 탄생하기 까지!
“가슴 깊숙한 곳에서 나는 배우라기보다 작가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고의 코치가 늘 최고의 선수인 것은 아니다. 내가 영화라는 매체에서 계속 일할 거라면 연출을 하는 것은 절대적인 필연이었다. ? 패디 컨시딘 감독
영국 리즈에서 촬영한 <디어 한나>는 감독의 첫 단편 <독 올투게더 Dog Altogethe>(2007) 에서 장편으로 발전됐다. <독 올투게더>와 <디어 한나>를 제작한 다이아미드 스크림쇼는 “<독 올투게더>는 시작할 때 개를 발로 차 죽여버리는 잔인한 한 남자를, 영화가 끝날 즈음에는 관객이 그에게 동정을 가지게 하는 것이 영화의 목적이었는데 패디 컨시딘은 그것을 완벽하게 달성했다.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그가 특출한 작가이자 감독이라는 것이다.”라는 말로 패디 컨시딘 감독의 재능을 높이 평가했다.
<디어 한나>의 프롤로그라 할 수 있는 단편 <독 올투게더>는 베니스국제영화제, 영국아카데미, 영국독립영화제에서 최우수단편영화상을 받았다. 영화를 만들 당시 감독은 연기경험에서 비롯된 것뿐 아니라, 실제의 자신과도 가까워 더욱 가슴에 와 닿는 ‘조셉’이란 캐릭터와 함께 <사랑이 찾아온 여름 My Summer Of Love>(2004)에 출연했을 때 리서치 했던 내용을 토대로 조셉과 상반되는 듯한 여성 캐릭터인 ‘한나’를 얻어냈다고 말한다. 리서치 하고 있을 당시 그는 자선가게에 술 취한 사람이 들어와 자원봉사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분노를 쏟아내고 가는 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자선가게에서 일하는 여성들 중 한 명은 종종 문을 닫고 그들을 위해 기도해 주곤 했는데 그녀의 말에 따르면, 부랑자들을 응대하는 것이 당시엔 두려웠지만 신념이 있었기에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그들을 위해 기도해 주면 종종 다시 들르기도 하고, 가끔은 너무 말짱하게 나타나 사과를 하기도 했다. 자선가게는 조셉과 같은 종류의 이들에겐 피난처와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독 올투게더>를 끝냈을 무렵, 감독은 자선가게에서 선의를 베풀던 여성을 모델로 한 이 여성 캐릭터에 대해 더욱 더 많은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영화를 본 사람들 역시 자신을 극에 몰입시킨 한나의 캐릭터에 궁금해 했기에 그런 지점들을 모아 자신의 영감을 풀어나가 보기로 했다. 이전에 감독은 이미 올리비아 콜맨이 맡은 캐릭터에 기반한 다른 시나리오를 써 놓았고, 이 역시 단편으로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 지 매우 관심이 많다는 것을 듣고 난 후, 감독은 조금 더 긴 호흡으로 끌어나갈 용기를 얻으며 내러티브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결심 끝에 온화한 모습 뒤로 숨은 사연을 안고 사는 여인 ‘한나’가 탄생하게 되었고 감독은 <디어 한나>를 통해 한나의 인생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탐험하기 시작했다.
감독은 자신을 비롯해 사람들이 의문을 품었던 그녀의 삶 속에 들어가길 원했다. “그녀가 어떻게 살고 있는 지 알고 싶었다.”는 감독의 바람은 곧 스토리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모나 치장 또는 살고 있는 곳을 잣대로 그 사람을 판단하며 멋대로 추정한다. 우리 자신의 생활에 빠져 살기 때문에, 은행에서 나를 웃으며 응대하는 이 여성이 지옥에서 살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1초도 하지 않는다.”고 말한 감독은 인물이 지닌 묘한 모순점을 부각시키며 ‘한나’라는 여성을 세상과 만나게 했다. 여성 캐릭터인 한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확장시켜나간 감독은 그 중심에 있는 또 다른 인물인 조셉과 함께, 두 캐릭터가 공존하는 ‘진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감독은 <독 올투게더>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배우 뮬란과, 올리비아, 그리고 프로듀서 스크림쇼가 그들이다. 스크림쇼는 “<디어 한나>의 초고를 처음 읽었을 때, 이건 바로 찍어도 되겠구나 생각했다”며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사람의 마음을 끌어담는 장악력을 지닌 시나리오로, 꼭 제작되어야만 하는 그런 운명에 처한 영화였다. 대부분 감정적으로 진실되고 정직한, 호소력 있는 강력한 작품을 만들고 싶어 영화를 하지만 그걸 진짜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디어 한나>는 관련된 모든 이가 영혼을 쏟아붓게 하는 힘을 지녔다.”라는 아낌없는 찬사를 남기며 각본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트레인스포팅>, <내 이름은 조>로 유명해진 피터 뮬란도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깜짝 놀랐다고 한다. “짧은 단편이었다면 아쉬웠을 만큼 <디어 한나>의 시나리오는 경이로울 정도로 훌륭한 장편이 되어 있었다. 보통 단편은 단편 나름의 완결작이다. 하지만 감독이 캐릭터의 삶을 더욱 깊이 있게 바라보면서 자연스럽게 장편으로서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감흥을 전한 뮬란은, 배우뿐 아니라 감독과 스탭 모두 함께 이뤄낸 아름다운 작업이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렇듯 열흘 남짓한 시간 동안 자신을 툭 내던지며 <디어 한나>의 각본을 완성 시킨 감독은, 4주 간의 시간 동안 완벽에 가까운 시나리오 바탕으로 운명처럼 자신에게 온 조셉과 한나의 이야기를 훌륭한 연출로 마무리해냈다.
2
<디어 한나> 빛나는 캐스팅!
감독이 단편 <독 올투게더>를 집필할 때, 조셉 역으로 유일하게 생각한 배우는 피터 뮬란뿐 이었다고 한다. 그는 피터 뮬란이야 말로 배우가 지녀야 할 자질을 제대로 갖춘 사람으로, 촬영이 지연되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뮬란이어야 했음을 강조하며 그에 대한 신뢰감을 드러내는데 주저 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리 마빈, 잭 니콜슨처럼 시대를 대표하는 배우이며 난 뮬란이 충분히 그들과 어깨를 견줄만하다고 생각한다. 그가 지닌 카리스마와 직관력으로 조셉 내부에 있는 동물적 성향뿐 아니라 섬세함 까지도 이해할 만큼 감정이입이 뛰어났다. 한마디로 그는 천상 배우다!”라며 조셉 역할로 자신이 진정 원하는 배우였음을 밝힌 감독의 말처럼, 피터 뮬란은 폭발적인 감각으로 마성에 가까운 연기를 선보였다.
<뜨거운 녀석들>에 함께 출연하면서 만나게 된 올리비아 콜맨에 대해 감독은 “올리비아를 보고 바로 느낌이 왔다! 주로 코미디에서 얼굴을 비췄지만 실은 진지하고 정직한 배우다. 평상시 그녀의 진가가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않다고 느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올리비아는 자신의 존재감 이상의 것을 해냈다.”라는 말로 그녀의 성공적인 연기변신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또한 “한나 역은 총체적인 미스터리와 같았는데, 촬영하는 동안 점점 한나로 변해가는 그녀의 모습이 믿기지 않을 정도 대단하게 느껴졌고, 맡은 역할을 너무나 멋지게 소화해냈다.”며 세트장에서 올리비아 콜맨이 뿜어낸 에너지에 현장에 있던 모두가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는 말을 전한 감독은, 그녀가 <디어 한나>로 한 단계 올라서서 ‘월드 클래스’급의 연기를 훌륭히 해냈음을 밝혔다.
패디 컨시딘 감독이 존경하는 배우 에디 마산은 TV 시리즈 <레드 라이딩 RED RIDING>을 찍으면서 만난 사이로, 연출을 결심해온 그가 수 년 전부터 주목해온 배우였다.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캐스팅에 수락한 그에 대해 감독은 “제임스라는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아주 까다로운 균형감을 요구하는데, 에디 마산은 엄청난 혼란 속에 빠진 영혼의 연기를 완벽하게 해냈다.”는 말로 전형적인 악한과는 또 다른 캐릭터를 선보인 에디 마산의 호연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함께 작업한 올리비아 콜맨 역시 에디 마산에 대해 “예술을 알고 또 자유자재로 자신의 캐릭터를 다룰 줄 아는 훌륭한 배우.”라며 그가 옆에 있어 안심하며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피터 뮬란과 올리비아 콜맨 그리고 에디 마산까지, 내러티브의 중심축을 이룬 그들은 <디어 한나>에서 거칠고 어두운 곳까지 주저 하지 않고 들어가며 진정한 프로의 모습을 보였다. 장면마다 살아 숨쉬는 배우들의 연기와 극적인 이야기의 흐름, 이 모든 것들이 완벽한 앙상블을 이루고 있어 패디 컨시딘의 컴팩트한 연출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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