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상/풍경이 되는 영화 이야기

안개속의 풍경(아트하우스 모모)

이삐김밝은 2012. 2. 27. 01:11

 

 

 

 

 

“앙겔로풀로스의 영화가 이제야 소개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It is a sad indication of the insularity of Ameriacn cinema that Theo Angelopoulos,
 a Greek director with international stature, is virtually unknown in the United States.
 1990년 9월 14일자 뉴욕타임즈에서 스테판 홀든은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안개 속의 풍경> 프리뷰를 위의 문장으로 시작하면서 미국 영화계의 편협성에 대해 개탄하였습니다.
 
 현대 영화계에서 독보적인 거장으로 인식된 지 20여년이 지난 1996년, <안개 속의 풍경>으로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을 국내에 처음 소개했던 영화사 백두대간은 2004년 10월 씨네큐브에서 ‘앙겔로풀로스 감독 특별전’을 마련하여 많은 작품들을 선보이고 감독을 초청, 관객과의 만남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특별전 이후에도 씨네큐브를 통해 개봉된 <비키퍼 The Beekeeper>와 <영원과 하루 Eternity and a day>가 꾸준한 관심을 모았습니다.
 
 <안개 속의 풍경>은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대표작이자 국내 첫 개봉작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지만 2004년의 특별전 상영작 리스트에서 제외되어 많은 영화팬들의 안타까움을 샀습니다. 오는 12월 16일의 앵콜개봉은 개관 5주년을 맞는 씨네큐브가 관객들의 꾸준한 러브콜에 답하는 선물과 같이 마련되었습니다. 올해 2월 타르코프스키의 <희생>과 <노스텔지아> 앵콜개봉. 5월 키아로스타미의 지그재그 3부작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올리브나무 사이로>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앵콜개봉에 이은 ‘10년만의 외출’ 3번째 프로그램이기도 합니다.
 
 12월 16일 <안개 속의 풍경> 앵콜개봉은
 10년 전의 감동을 되새기고픈 분
 1년 전 앙겔로풀로스와의 인상적인 만남을 기억하는 분들은 물론이고
 아직 한 번도 그의 작품을 만나지 못한 분들에게도
 결코 놓쳐서는 안 될 뜻 깊고 소중한 시간을 마련해 줄 것입니다. 
 

 사랑하는 아빠, 우린 낙엽처럼 여행하고 있어요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불라와 알렉산더 남매는 얼굴도 본 적이 없는 아빠를 찾아 무작정 북쪽으로 가는 기차에 승차한다. 기차에서 내려 정처없이 걸어서 여행을 계속하다가 트럭을 얻어타는 두 남매. 전날 밤 레스토랑의 종업원에게 추근거리다가 무안을 당한 트럭 운전사에 의해 어린 소녀 불라는 트럭 안에서 강간을 당한다.
 
 내가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해도
 수많은 천사들 중에서 누가 내 목소리를 들어줄 것인가
 결혼식 날 슬피 우는 신부와 거리에서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죽어가는 말, 공연장이 없어 뿔뿔이 흩어지는 유랑극단 등 슬프고 우수에 찬 그리스의 현실들이 두 남매의 여정을 스쳐간다. 유랑극단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 오레스테스를 향한 첫사랑의 벅찬 감정을 경험한 어린 소녀 불라는 강간의 상처와 첫사랑의 애틋함 사이에서 고통스러워한다.
 
 외로운 작은 소녀야, 첫사랑이란 다 그런거야
 심장은 부서질 듯 두근거리고...
 오레스테스가 동성연애자임을 알게 된 불라는 절망하면서 그의 곁을 떠나간다. 그들을 뒤쫓아온 오레스테스의 가슴에 안겨 흐느껴 울면서 첫사랑과 가슴아픈 이별을 한 불라와 알렉산더는 아빠를 찾기 위한 여행을 계속한다.
 
 태초에 어둠이 있었어. 그 후에 빛이 만들어졌지
 국경지대에 도착하여 여권이 없는 남매는 한밤중에 몰래 쪽배를 타고 강을 건너려 한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그들을 향해 쏜 국경 수비대의 총소리가 들린다. 어둠이 걷힌 후, 마치 환상 같은 안개 자욱한 풍경 속에서 어린 남매는 언덕 위의 아름드리 나무를 향해 천천히 다가간다. 
  
  
  
 “밤은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이고, 언제 새로운 날이 밝아올 것인가”
 - 테오 앙겔로풀로스 
  
 
<안개 속의 풍경>은 그야말로 세계 일류 배우와 스텝들이 만들어낸 걸작이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붉은 사막> 비토리오 데 시카의 <해바라기> 따비아니 형제의 <로렌조의 밤> 타르코프스키의 <노스탤지아> 등 주옥같은 걸작들을 비롯하여 지금까지 100여 편에 달하는 작품을 만들어낸 전설적인 시나리오 작가 토니오 게라가 앙겔로풀로스와 함께 쓴 시나리오에, 앙겔로풀로스의 영상미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충분한 시간을 활용하면서도 유려한 쁠랑 세깡스 촬영에 능한 요르고스 아르바니티스가 카메라를 지켰으며 엘레니 카라인드루가 정확한 타이밍에 파고드는 주제음악으로 화면 가득 우수에 찬 선율을 더해주고 있다.
 <안개 속의 풍경>의 스텝들은 모두 앙겔로풀로스의 침묵의 3부작에 참여하고 있어 각 작품에 독특한 색깔을 주면서도 일관된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큰 몫을 담당하였다. 침묵의 3부작은 깊이 있고 시적인 대사, 긴 호흡으로 마련한 여백의 공간에 관객의 사유를 머물게 하는 활영, 감성적이고 호소력 짙은 음악을 고루 갖춘 것! 이 모든 것을 조율하는 앙겔로풀로스의 섬세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것은 물론이다.
 
 
 제작 에피소드 1
 앙겔로풀로스 감독이 신문광고를 통해 발굴해낸 두 아역 배우들은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아이들이었다. 다섯 살인 미칼리스는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을 때에는 감독에게 연기를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할 만큼 총명한 아이. 그러나 죽어가는 말을 보고 우는 장면에서 미칼리스는 ‘정말 슬플 때는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며 자기를 심하게 꾸짖으면 울겠다고 말해, 앙겔로풀로스 감독이 그를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매몰차게 몰아세웠다. 결국 아이는 등을 돌리고 울어버렸고 감독은 원하는 장면을 찍을 수 있었다.
 
 
 제작 에피소드 2
 불라 역을 맡은 타니아는 촬영 당시 12살.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였다.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이 소녀는 영화를 찍으면서 실제로 오레스테스 역을 맡았던 배우, 스트라토스를 좋아하게 되어 떨리는 첫사랑을 표현하는 대목에서 그냥 느끼는 대로 연기했다고 한다. 고속도로에서 강간당하는 장면은 완강히 거부해 촬영진을 곤혹케 했으나 부모와 감독의 설득으로 가까스로 수락했다. 대신 소리는 지르지 않겠다고 단언. 그 장면은 침묵으로 처리했고 결과적으로 비극적인 불라의 아픔이 효과적으로 표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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