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인문/창속에 창을 내며

봄날은 간다 3-

이삐김밝은 2014. 4. 23. 21:50

 

 

back hug를 꿈꾸다 /김밝은

 

 

 

쓰디쓴 문장들만 꾸역꾸역 삼키는 불면도

보드라운 옷자락에 숨고 싶어 안달하는 열병도

습관이 된지 오래인데

 

변심한 사랑처럼 쌀쌀맞은 사월이 소스라치게 춥다

 

내 몸에서 나오는 말들은 왜 상처뿐이냐고

납작 엎드린, 죄 없는 이름들에 화풀이를 해대곤 한다

 

육지로 올라온 물고기 한 마리

비릿한 생을 매달아 흔들 때

 

우리는 무엇으로 만나 깊어질수록 목마르고*

 

미친 여자처럼 저 혼자 환하게 웃는

겹벚꽃 꽃잎 위에 에바! 에바?

사랑을 품고 눈물 나는

라일락꽃 향기 앞에 레알? 레알!

외쳐보는, 짝사랑 같은 환장할 봄날이 멀어져간다

 

고개 떨어뜨리는 봄날의 목덜미 너머

사월의 얼굴 들여다보는 내 한숨을

맑은 눈 하나가 붙잡는다 토닥토닥,

환한 기척에 놀라 뒤돌아보면

 

이뻐죽겠던 심장에 숭숭 구멍이 뚫려있다

 

 

* 최윤희 시 ‘세월과 나’ 중에서 인용

 

 

<웹진시인광장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