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삐김밝은 2015. 1. 28. 09:25

 

 

 

                               (2014. 1 제부도)

 

         

 

 

              제부도

                                                          김밝은

                                            

절대, 머리에 꽃은 꽂지 말고 가

 

 

이제 더는 손가락 거는 약속에 대해 믿지 말기로 하자며

겨울이 속력을 내며 달려가는 중이었을까요

 

 

바다가 해종일 가슴을 열어 길을 내주는 날이라고 했습니다

간절한 것은 만나게 될 거라고,

오래 쓰다듬다 가도 좋다고... 말해주길 바랬지만

물새들만 콕, 콕

찢겨진 그물 사이로 내려앉는 겨울을 쪼아

새끼들의 푸석해진 발바닥을 달래주고 있었습니다

 

 

짐짓 아닌 척 해도, 어쩌면

자주 뭉클해지던 눈빛도 이젠 부끄러워지질 않아요

저기 몽환의 시간을 안개지붕위에 얹어놓고

언제든 떠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노상 카페,

카페라테 위 흐트러진 하트가

조울증에 걸린 몸짓처럼 위태로워 보이기도 했지요

 

 

찢어진 그물만 남겨두고 멀리 나갔던 물길이 돌아올 즈음

누군가 오래 매달리다 떨어트리고 간

어질어질한 말들만 푸른 멍으로 흔들리던...

 

 

-미래시학 2014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