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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현대시학 소식】別辭 / 정진규

이삐김밝은 2014. 1. 9. 20:26

【현대시학 소식】

 

  別辭

    — 책 머리에

 

    주간 정진규

 

 

 

  《現代詩學》25년을 떠납니다. 사뭇 비장해지는 바가 없지 않습니다만 유별난 소회를 적어 그 비장함에 또 다른 췌언을 더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그 간의 歷程 그 자체가 제 삶이요 詩業이었음을 그 자체로 오롯이 남기고 싶기 때문입니다. 나를 무슨 별다른 수식어나 상투적인 절망의 몸부림 같은 것으로 누더기가 되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1988년 8월부터 2013년 12월 오늘까지입니다. 그 자체일 뿐입니다. 새해 1914년 甲午年 1월부터는 내 시와 삶에 나는 甲午更張이라 할 내 생애 마지막 새로운 詩業의 詩誌를 나의 시와 함께 다시 시작할 것입니다.

  함께했던 지극했던 분들, 시인들과 독자들게 드리는 것은 5백 37권의《現代詩學》일 뿐입니다. 나는 우리 1900년대의 12년, 2000년대의 13년을 우리 현대시와 함께 했으며, 그 곁에 늘 여러분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또한 1960년대부터 2000년대 오늘까지 50여 년간의 내 시력도 우리 현대시문학사와 함께했음을 감히 분명하게 기록해 둘 따름입니다.

  한 편의 제 시를 여기 옮겨 別辭에 대신합니다. 드릴 것이 없는데 제 빈손을 이것으로 잡아 주신다면 여러분의 손등 위에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을 떨구겠습니다. 또다시 여러분과 함께하는 새 길이 우리 시의 幢竿支柱가 될 것을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2013년 12월 정진규 절

 

 

 

  이별 알詩 63

 

 

   어제는 안성 칠장사엘 갔다 잘생긴 늙은 소나무 한 그루 羅漢殿 뒤뜰에서 혼자 놀고 있었다 비어 있는 자리마다 골고루 잘 벋어나간 가지들이 허공을 낮게 높게 어루만지고는 있었지만, 모두 채우지는 않고 비어 있는 자리를 비어 있는 자리로 또한 채우고는 있었지만, 제 몸이 허공이 되지는 않고 허공 속으로 사라지지는 않고 허공과 제 몸의 경계를 제 몸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허공이 있고 늙은 소나무가 있었다 서러워 말자

 

      —정진규 시집『알詩』(1967. 세계사)

 

 

 

                     ——《現代詩學》2013년 12월호. 통권 537호

 

 

*시 전문 월간지《현대시학》은 전봉건 시인이 1969년 4월호로 창간. 이후 사재를 털어가며 19년 동안 잡지를 간행하던 중 전봉건 (1928년 10월 5일 ~ 1988년 6월 13일, 향년 59세) 시인이 1988년 여름에 타계하였습니다. 그 뒤를 정진규 시인이 이어받아 1988년 8월호부터 오늘까지 25년간 《현대시학》을 간행해 오다가 2014년 1월호부터 다시 창간인 고 전봉건 시인의 유족 손에 발행권을 넘기게 됐다 합니다. 새롭게 펴낼《현대시학》의 주간으로는 이재무 시인이 맡게 됐다는 소식, 그리고 정진규 시인은 따로 계간 시지《현대시인》을 새로이 선뵐 예정이라 합니다.

출처 : 푸른 시의 방
글쓴이 : 강인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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