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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꽃의 복화술 / 이정원

이삐김밝은 2013. 12. 23. 21:32

  꽃의 복화술

 

     이정원

 

 

 

   그리움은 외발이지 무엇엔가 기대려 하지

 

   열흘 붉은 뒤에도 한층 소스라쳐 백일에 닿는 꽃 향낭을 풀어 딸꾹딸꾹 물 위에 풀어놓는 꽃 경면주사로 쓴 부적을 여름내 깃발로 걸어놓는 꽃

 

   명옥헌, 고운 짐승처럼

   선홍이 우네

   여름이 찢어발겨 산발한 곡비처럼

 

   손톱을 물어뜯어 피가 고였지 라솔솔미 라솔솔미, 검은등뻐꾸기 적막에 엎드려 우는 비애의 통점을 파먹었지 두드러기의 나날, 가려워 피나도록 긁어대다가 까무룩 숨 놓아도 좋을 허공에 안기고 보니 시푸른 물의 맨살, 반짇고리에 감춰둔 실타래 꺼내 불긋불긋 풀어놓으면

 

   그늘은 우묵하지 대낮을 수납하기에 안성맞춤이지 쓰르라미의 이력 싸잡아 들여놓으려 품을 맘껏 늘여보는데 불현듯 쏟아지는 저 생리혈, 그늘은 붉은 맛을 완성하지

 

   꽃은 피일까 피가 꽃인 것처럼

 

   배롱꽃

   그리움으로 사르는 허공 외발로 걸어

   헐은 곳마다 피딱지 익는

   백일은 오지

   오고야 말지

   절정의 막고굴 저 환한 폐허로부터

 

 

 

                       —《시인동네》2013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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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원 / 경기 이천 출생. 2002년 〈불교신문〉신춘문예, 2005년 《시작》등단. 시집 『내 영혼 21그램』.

출처 : 푸른 시의 방
글쓴이 : 강인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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