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스크랩] 새의 덧신 / 이인자

이삐김밝은 2012. 12. 28. 23:14

 

 

 

 

 

 

 

             새의 덧신

 

                                               - 이인자

 

 

 얼음 강물 위까지 밀려왔다

 새들의 발자국

 얼어붙은 유리창 위에

 찍혀진 손도장처럼

 입김으로 불면 금세 지워질 듯

 시리고 가벼운

 

 언제였던가

 얼음장 같은 지상 위를

 맨발로 걸어야 할 때

 발밑에서는 얼음 비늘이 돋아나고

 얼어붙은 수도꼭지처럼

 눈물 한 방울도 얼어버린 때

 그때 나의 발자국들도

 저렇게 힘없이 가벼웠을까

 

 언 발 위에

 또 다른 언 발을 얹어

 비비고 또 비벼도

 더욱 먹먹해지는

 언 발들의 슬픔이여

 

 털실뭉치 같은 태양

 눈부신 햇빛

 그 빛 한 줄 풀어

 덧신 두 짝 떠서

 새들과 나누어 신고 싶다

 

 

 

  시집『새의 덧신』시안 2012년

 

 

 

  - 1973년 서울 출생.

     1996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출처 : 폴래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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