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스크랩] 검은 입술들 / 김유자

이삐김밝은 2012. 12. 20. 21:25

 

 

 

 

       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소피아 님)

 

 

 

         검은 입술들

 

                                              - 김유자

 

 

 

 종이컵과 종이컵사이의 실처럼

 창문들은 소리로 이어져 있다

 

 티브이와 침대

 침대위의 당신, 당신 앞의 벽

 잡히는 게 없는데 자꾸 저어보는

 밤의 손은 먹먹하다

 

 퍽!

 짧고 굵은 소리에 어둠이 조각난다

 차에서 불꽃이 솟아오른다

 골목의 입들이 타오른다

 불티처럼 날아오른다

 

 놀란 눈과 코고는 귀 사이

 얼굴은 지워져있고

 당신의 등에 맞닿은

 나의 등은 죽은 물고기처럼 떠있고

 

 감겨지지 않은 눈동자들이 가라앉는다

 맑은 어둠을 불러내고

 우리는 함께, 코를 곤다

 

 불을 지른 사람과 타 버린 차의 주인은 오늘 밤

 뜨겁게 연결되었다

 컵 속에 말라붙은 검은 입술들이

 고둥처럼 벌어져 있다

 

 

 『다층』2012년 가을호

 

 

 

  - 2008년<문학사상>으로 등단

 

 

 

 

 

출처 : 폴래폴래
글쓴이 : 폴래폴래 원글보기
메모 : 폴래폴래님.. 게으른 사람이 자꾸 옆집에서 퍼나르는 실례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