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삐김밝은 2018. 9. 12. 17:06




애월涯月 그리다 6



김밝은

애월,

동백꽃은 충혈된 눈으로 주저앉았고

해국은 멍든 손을 흔들다가 떠났다는 소식을

차마 아슴푸레하게 들었어


몸을 반으로 접은 달의 그림자를 부여잡고

샛별 하나 발치에 둔 채

타박타박 돌아와

눅눅한 하루가 글썽이는 베개에 생각을 눕히고

여전히 전생 같기만 한 잠을 자기도 했지


팔랑팔랑 몸 여는 소리로 가득하던 한때가

꿈속에서조차 못 견디게 향기로워도 눈을 뜨면

어제보다 조금 더 절룩거리는 오늘이

턱을 괴고 무심히 날 바라보고 있을 것만 같아


이제 그만

까마득한 땅바닥에 손을 짚은 몸 일으켜

푸른 비늘 펄떡이는 말들의 육감적인 몸짓을 받아 적고 싶은데


애월,

화주花酒 한잔 건네받지 못한 나의 봄날은

어디쯤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는 걸까



미래시학 2018여름(1)